매일묵상

고린도전서 6:1~11 - 선으로 악을 이기는 자가 되십시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하며,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그 현실의 무게를 더 실제적으로 느끼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위협받고 사단에게 많이 내어주며 스스로 포기하는 영역은 바로 ‘정체성’입니다. 이는 내가 나 스스로를 정의하는 정체성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부여받은 하늘의 정체성을 의미합니다.

  오늘날 고린도전서 6장의 말씀은 단순히 교회 내 성도 간의 세상 법정 다툼만을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시민권을 가진 거룩한 자들이 어찌하여 세상의 가치관을 그대로 따라가느냐는 본질적인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것은 송사 문제를 넘어 우리의 일상과 정치, 사회, 경제, 가정 등 모든 영역 가운데 우리가 과연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가고 있느냐를 묻는 무거운 질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교회 내의 문제를 가지고 세상 법정에 찾아가 불신자들에게 옳고 그름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책망합니다. 이는 국가의 사법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이 선과 악의 기준을 세상에 제시해야 할 판단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세상의 판단에 기대며 교회와 세상의 질서를 전복시키고 있는 정체성의 상실을 꼬집는 것입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 된 지체를 세상 법정에 세울 바에야, 차라리 불의를 당하고 속아주며 피해를 감내하는 것이 낫다고 선언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저를 포함하여 스스로 그리스도인이라 칭하는 자들의 삶은 자신의 명예나 작은 자존심에 상처가 나면 결코 참지 못하고, 주위 사람을 동원해서라도 기어코 억울함을 풀고 색출하려 드는 정체성의 모순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차라리 불의를 당하라는 이 말씀은 원수를 사랑하고 뺨을 돌려대라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이며, 그분 친히 걸어가신 자취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에서 가장 원통하고 억울한 고난을 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분노로 위협하지 않으셨으며, 욕을 당하시되 맞대어 욕하지 않으시고 오직 공의로 심판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다 맡기심으로 선으로 악을 이기셨습니다.

  오늘의 말씀은 세상 법정의 문제를 넘어, 형통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지라도 억울함을 버티고 견디며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라는 거룩한 초청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원통함을 아시고 주님의 때에 공의로 심판하실 것을 소망하기에,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도리어 예수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선으로 악을 이겨내야 합니다. 오늘 하루도 선을 맛보는 하루가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작성자
주기철
작성일
2026-06-09 07:38
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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