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20313 - "중심을 보신다"

겉이 멀쩡한 사과를 쪼개었는데 속이 썩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빛깔도 좋고 먹음직스러워 한입 깨물은 복숭아에서 벌레가 나와 놀란 적도 있습니다. 그 속을 미리 볼 수 있다면 그런 당황스러운 경우를 피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것은 더욱 더 어렵습니다.

신랑의 얼굴을 혼례식을 할 때 처음 보았다는 권사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70여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가끔은 있었고, 중매로 한두 번 만나고 결혼하는 일은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결혼한 뒤 좌충우돌하며 살아가면서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전통과 사회적 관습의 틀에서 그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이라 여기며 자식 낳고 키우며 맹렬하게 살았습니다. 요즈음은 그런 식으로 결혼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가정을 붙들어주는 관습과 암묵적 제어장치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위해 남녀는 시간을 두고 서로를 잘 알아보려합니다. 그렇게 신중하게 살펴서 한 결혼생활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만난 지 두어 달도 되지 않았는데 결혼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물론 서로 잘 맞춰가며 잘 사는 이들도 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나 심각한 결과로 치닫게 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첫 눈에 반했다는 것은 그 이후의 만남과 함께 하는 삶이 평탄하다는 것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과정을 생략시켜버리는 결과를 빚어 결혼생활에서의 시행착오를 더욱 더 심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결혼 전에 많은 시간 서로를 신중하게 살핀다하여도 마음속까지 잘 알 수는 없습니다. 이렇듯 우리 인간의 눈은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겉모양에 따라 반응하며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사람의 중심을 보십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은커녕 자기의 마음도 잘 모릅니다. 자기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했다지만, 그게 말같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은 오직 하나님께서만 정확하게 잘 아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중심을 보십니다. 우리는 보는 것에 늘 서툽니다. 아담의 범죄 이후로 우리의 눈은 심지어 많이 왜곡되어 있습니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거룩한 것보다 유혹에 더욱 더 쉽게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의 관점은 우리의 마음에 어떤 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우리는 또 실패할지라도 늘 하나님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눈이 떠지기를 끊임없이 기도해야하겠습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2-03-10 14:04
조회
1027
전체 0

온라인 헌금 계좌 안내
농협 100054-55-001851
(예금주 길가에교회)

*계좌이체시 헌금을 구분해주시고 주민번호 뒷자리를 써 주세요.

(예: 십일조헌금: 십+
     주민번호 뒷자리
     주일헌금: 주+
     주민번호 뒷자리
     감사헌금: 감+
     주민번호 뒷자리
     선교헌금: 선+
     주민번호 뒷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