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70401 - "주례 펑크사건"(이인호목사칼럼)

어제 의정부에서 있는 결혼식 주례를 하기 위해 전철역으로 바삐 가고 있었습니다. 마침 길에서 자동차로 식장에 가시는 축하객을 만났습니다. 함께 가자고 하시는 것을 극구 만류하고 전철에 올랐습니다. 자리를 잡아 앉으니 동승을 권하신 분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슴 아픈 과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서울에 있는 한 교회에서 결혼식 주례를 하게 되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교통체증이 얼마나 심하던지요. 예식 시간은 다가오는데 길에다 차를 버릴 수도 없고 속이 탔습니다. 그 교회 예식 담당목사님께 전화를 해서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도착해보니 15분이 지났습니다. 다행히 그 분께서, “저도 목사인데 제가 주례할까요?”하면서 재치 있게 그 시간을 메웠다고 합니다. 주례가 지각을 했지만 식장의 분위기는 밝고 명랑했습니다. 신랑・신부는 그런 것쯤이야 아무 상관없다는 듯 마냥 행복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십년을 감수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 이와 같은 중요한 약속이 있으면 더욱 넉넉한 시간을 두고 떠나든지 아예 차를 가지고 가지 않겠노라고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픔이 채 가시기 전에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오래 전부터 아드님의 결혼 주례를 일부러 제게 부탁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예비 신랑・신부를 만났는데 정말 멋있고 훌륭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들과 몇 번 만나 결혼의 의미와 결혼생활에 대한 성경적인 가르침을 주고, 본인들이 직접 결혼서약서를 써와 점검하기도 하고, 크리스천결혼생활에 관한 책을 읽게 하는 등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축복하며 안내를 했습니다. 결혼 당일이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차를 가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식장을 향한다고 했으나 그 날 역시 도로 사정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마침 동승하신 분이 계셔서 그 분께 차를 맡기고 전철을 탔으나 워낙 먼 거리라 예식시간에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호텔에서 하는 것이라 시간을 연장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도순서를 맡으신 목사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앞부분을 진행하고 여차하면 주례를 부탁한다고 말입니다. 당황하니까 다른 전철역에 내렸고 택시를 탔으나 결혼식이 거의 끝날 무렵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어찌된 운명의 장난입니까? 장난의 운명입니까?

“목사님의 주례는 받지 못했지만 저희 부부에게 주신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메일을 받았지만 제 마음은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작성자
정동호
작성일
2007-04-01 11:30
조회
1635
전체 0

온라인 헌금 계좌 안내
농협 100054-55-001851
(예금주 길가에교회)

*계좌이체시 헌금을 구분해주시고 주민번호 뒷자리를 써 주세요.

(예: 십일조헌금: 십+
     주민번호 뒷자리
     주일헌금: 주+
     주민번호 뒷자리
     감사헌금: 감+
     주민번호 뒷자리
     선교헌금: 선+
     주민번호 뒷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