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70325 - "방을 옮긴 이유"(이인호목사칼럼)

저의 방(목양실)을 별관으로 옮겼더니 찾아오는 사람이 적습니다. 옮기기 전 길가에 있었을 때에는 밥값이나 차비 좀 달라는 사람, 커피 자판기에 컵이 떨어졌다고 하는 사람,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문을 열어놓았는데도 친절하게 제 방을 노크해서 사용허락을 받는 사람, 사용 후 다시 노크해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사람, 술이 거나해서 횡설수설하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이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때론 방해가 될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사람 맛 나는 일이었고 제법 보람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방을 옮긴 것은 이런 분들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교회건물 앞쪽은 1층이지만 뒤쪽은 지하로 되어있기 때문에 공기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환풍기를 설치하고 공기정화기를 놓았는데도 리모델링한 자재에 의한 새집증후군을 잡아내기란 역부족이었습니다. 예배실 앞 강단에 있는 화초의 잎들이 툭툭 떨어질 정도로 공기가 좋지 못했습니다. 전문기술자들을 불러 몇 차례에 걸쳐 산소촉매, 음이온 시공 등 다각적인 노력으로 상당한 진전을 본 것은 사실입니다. 그 결과 한 두 시간 예배실에 머무는 것은 그런대로 괜찮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루 종일 그곳에 머무를 경우였습니다. 제 피부는, 영국 생활 후 고국에 돌아와 오염된 공기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터라 그 환경이 견디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1년이 지난 지금 건물 안 공기는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강단 위의 화초는 연한 새싹을 틔우며 파릇파릇합니다. 몇 달 내내 그 자리에 있었어도 예전처럼 잎이 떨어지는 법이 없습니다. 새벽기도회 후 그곳에서 계속 개인기도를 하는데 예전처럼 목이 아프지 않고 공기가 훨씬 신선해졌음을 느낍니다. 공기가 나빠 드나드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새로 옮긴 제 방은 조용합니다. 창문만 열면 맑은 공기가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런데 전에는 문 하나만 열면 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먹고 올라와야만 합니다. 이것을 생각하면 여간 미안하지 않습니다. 가끔씩 제가 밑으로 내려가 어슬렁거려야 사람 냄새를 맡습니다. 공간 부족으로 다시 제 방을 밑으로 내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득문득 화장실 사용 후 노크하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작성자
정동호
작성일
2007-03-25 11:27
조회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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