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90712 - "젊음을 돌려줘"

아내가 베란다창문을 통해 하늘을 보면서 달이 어쩌면 저렇게 아름답냐고 감탄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려고 자리에 막 누웠고 피곤하기도 하여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감탄을 그치지 않으면서 내게 한 번 와서 보라고 했습니다. 마지못해 다가가서 보았으나 안경을 벗은 제 눈에는 별로 인상적인 광경이 못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그저 뿌옇게 보였습니다. 미지근한 반응이 오자 아내의 소녀 같은 감흥도 식었습니다. 졸지에 저는 늙고 멋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기적이 되는가 싶습니다. 조금만 더 마음을 쓴다면 멋진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텐데 그것을 하지 못합니다. 안경을 다시 쓰고 간단하게 맞장구 한 번 치면 될 텐데 그것을 귀찮게 생각합니다. 그 아름다운 광경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초청하고 있는데 미지근하고 무성의하게 반응합니다. 안경을 찾아 쓰고 창문에 다가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희생이나 됩니까? 사소한 이기주의가 큰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자기중심적인 삶의 태도가 심각한 균열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하루 종일 봉사의 삶을 사는 사람 역시 모든 긴장을 풀고 늘어지면 자기중심적이 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고민과 이야기를 들어주며 친절한 마음과 온화한 미소로 조언과 도움을 주는 전문상담가가 집에 들어와 신경질을 부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지 않습니까. 이처럼 이기주의는 집요하게 우리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어느새 똬리를 틉니다. 임마누엘 칸트가 말한 세 가지의 이기주의는 그 증상이 더 심한 경우입니다. 논리적, 미학적, 도덕적 이기주의가 그것입니다. 논리적 이기주의는 자기의 생각이 언제나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미학적 이기주의는 자신의 느낌이 항상 정확하다고 믿는 것이며, 도덕적 이기주의는 자신에게 유익이 되면 선이고 손해가 되면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증상은 작게 또는 크게 우리 마음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것의 준동을 지혜롭게 제어하지 못하면 관계는 서먹서먹하게 되고 분위기는 엉망이 됩니다. 심하면 관계가 깨져버립니다.

어떤 일에 대한 무반응은 그것에 대해 죽어있음을 의미합니다. 그것에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지요. 마음이 늙어 있는 것입니다. 소녀들은 바람에 소똥 굴러가는 모습만 봐도 깔깔대며 웃는다지 않습니까?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영화관에서, 별로 웃기지도 않은 장면인 것 같은데 아가씨들이 까르르 웃는 것을 들으면서 ‘저게 젊음이구나.’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새 부쩍 늙어버린 자신을 슬퍼합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09-07-12 11:29
조회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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