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90614 - "불야성(不野城)"

축령산 중턱에 수리바위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독수리가 날아가는 형상이거니와 실제로 독수리들이 살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랍니다. 그 위에 서 있으니 밑이 아찔합니다. 독수리 등을 타고 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안내 푯말에 의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수리부부가 살았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독수리깃털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었나 봅니다. 동행인 한 분이 “집세를 못 냈나?”하며 농담을 합니다. 조물주께서야 “방 빼!”라고 하실 일 없으시겠지만 추측컨대 사람들 등살에 못 이겨 정든 곳을 떠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저 또한 독수리를 몰아낸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된 셈입니다.

자연과 함께 산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생각 없이 버린 쓰레기가 심각한 환경오염을 시키고 있습니다. 밤새껏 켜놓은 조명등에 나무들은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성탄을 축하하기 위해 생나무에 두르는 깜박이 전등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물론 좋은 뜻을 위해 잠시 전등 옷을 입는 것이야 나무도 기꺼이 받아들이겠지요. 아무도 태워본 적이 없는 어린 나귀도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기꺼이 그를 태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깜박이는 불빛에 피부가 뜨고 온 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좋아할 나무가 어디 있겠습니까? 자연도 밤이 있어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사람은 그렇게 그것을 놔두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인간의 짧은 생각이 만들어낸 불야성(不夜城)이 급기야 불야성(不野城)의 재앙을 자초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환경주일을 맞아 지난주일 오후에 저희 교회에서는 거리와 하천주변을 청소했습니다. 그냥 지나치면 보이지 않던 쓰레기가 수풀 속에 얼마나 많은지요? 음료수를 먹고 빈 용기를 일부러 풀 사이에 버렸습니다. 비닐봉투가 나무를 휘감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술병도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과자봉투도 뒹굽니다. 억새풀 사이에 타다가 만 합판, 장판 등이 흉한 몰골로 쌓여 있습니다.

어린이들도 신났습니다. 자기키만 한 쓰레기봉투를 끌고 다니면서 금세 가득 채웁니다. 차도에 있는 쓰레기까지 주우러 앞뒤 안 가리고 달려갈까 봐 그들에게 눈길을 뗄 수 없었습니다. 다 찬 봉투를 선생님께 맡기고 새 봉투를 받으라는 말에 그것이 마치 보물인 것 마냥 넘겨주지 않고 새 봉투만 또 받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자연환경에 대한 이런 노력이 무슨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생각과 실천이 모일 때 자연은 다시 생기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입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09-06-14 11:27
조회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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