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90531 - "보나 안 보나"

목동이 양을 치다가 한 마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이리저리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저가고 몸은 지쳐갔습니다. 그대로 갔다가는 주인집에서 쫓겨날 것이 뻔합니다. 속이 타던 중 연못 건너편 수풀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돌을 들어 그곳을 향하여 던져보았습니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반사적으로 “메에에~”하는 양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뛸 듯이 기뻐하며 양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목동이 던진 돌에 양의 뿔 하나가 부러진 것입니다. 그는 주인에게 혼이 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양에게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양아, 제발 내가 네 뿔을 부러뜨렸다고 말하지 말아주렴.”

양은 고맙게도, 주인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내 뿔이 말하면 어쩌지?”

자율학습이란 게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학생들 스스로 자습을 하는 것입니다. 저의 중고등학교시절에도 자습시간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안 계시니까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친구, 장난치며 떠드는 친구, 아예 책상에 엎드려 코를 고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나타나시면 언제 그랬냐며 공부하는 척하는 것이지요. “친구”라 표현했지만 저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저희 교회는 헌금을 익명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배실 입구에 있는 헌금함에 자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연말 정산을 위해서 주민번호 뒷자리만 적어냅니다. 주보에 헌금한 사람의 명단도 올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저마다 정성껏 최선을 다해 헌금합니다. 그런데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요, 그 교회는 이름을 밝히고 헌금을 하다가 저희 교회처럼 익명으로 하게 된 뒤로 헌금액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입니다. 일시적인 현상이겠지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예전만 못해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헌금액의 문제를 넘어 교인들의 신앙이 무언가 잘못되었고 자신이 목사로서 무엇을 가르쳤나 하는 자괴감에 더 괴로워하고 계셨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익명으로 위선을 배우게 하는 것보다 기명으로 떳떳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누가 보나 안 보나 여일(如一)한 삶을 살 수는 없을까요?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노래했다는데 우리는 어디쯤 와 있을까요?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09-05-31 11:2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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