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90906 - "살리는 말"

1980년, 내란음모라는 죄명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선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형이 선고될 거라는 예측이었으나 무기징역이 될 수 있다는 가느다란 희망도 있었습니다. 그는 선고하는 재판관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는 것입니다.

“무기징역이냐 사형이냐 문젠데, ‘무’하면 입이 나오고 ‘사’하면 입이 찢어집니다.”

생사를 가르는 현장에서 이건 유머라기보다는 차라리 처절한 기도입니다. 이런 절박한 순간 앞에 선 사람에게는 “무”냐 “사”냐 하는 한 글자의 차이가 그렇게 커 보일 수 없을 것입니다. 평상시에도 말은 굉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그것은 마치 다른 사람에게 선고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한 마디에 위로와 일어설 용기를 얻기도 하고 상처와 수치심으로 주저앉기도 합니다.

말을 하되 빈틈없고 유창하게 보이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왠지 모르게 이런 사람은 거리감을 느끼게 합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알렉시스 탠(Alexis S. Tan)에 의하면, 상대가 매력을 느낄 때 대화는 더 자연스럽고 풍성하게 되는데 그 매력은 세 가지 요인에 의해서 생긴다는 것입니다. 곧 친근감(familiarity), 유사성(similarity) 그리고 호감(liking)이 그것입니다. 친근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소박하고 단순해야 합니다. 너무 깔끔하면 다가서서 말문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사성은 “아, 당신도 나와 같군요!”라고 말할 수 있게 합니다. 매주 목요일 저희 교회에서는 “자녀위한기도회”가 열립니다. 서로 기도제목을 나누면서 고민들을 이야기할 때 자기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더니 다른 사람도 똑 같은 것을 가지고 씨름하고 있음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아직 교회에 등록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처음에는 기도제목을 나누고 서로 대화하는 것이 그렇게 어색했는데 지금은 편하다는 고백입니다.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요? 호감은 얼굴표정과 차림새 그리고 말투를 통해 옵니다. 같은 얼굴이라도 인상을 쓰고 있는 듯이 하면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표현이 거칠고 과장되면 마음이 잘 열리지 않습니다. “옳은 말이라도 싸가지 없게” 하면 마음과 귀가 저절로 닫혀버립니다.

말, 말, 말 많은 시대입니다. 풍요 속에 빈곤이란 말이 있듯이 사람을 살리고 치유하며 일으켜 세우는 말이 오가면 좋겠습니다. “말(로고스)”로 오신 예수님, 그 사랑의 언어가 삶속에서 풍성히 오갈 때 생명의 기쁜 노래도 온 누리에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09-09-06 11:34
조회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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