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90823 - "즐거운 마음으로"

 

강아지도 자기를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압니다. 하물며 사람이겠습니까. 자기에게 기쁨으로 다가오는지 마지못해 다가오는지 압니다. 도움을 받는 사람은 더더욱 다가오는 사람의 태도에 민감합니다. 기쁜 마음은 기쁜 마음을 불러오고 서로를 향한 기쁨은 상승작용을 하여 기쁨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파였으나 깔끔하고 단정한 한 할머니는 아무나 집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지 않으십니다. 중증치매가 아니어서 간단한 대화는 가능하십니다. 우리 봉사자들을 기억하시고 문을 활짝 열어 받아들이십니다. 서로 껴안고 기뻐하며 뜁니다. 모두가 어린이 같습니다. 할머니는 찾아오는 이들이 자기를 마음으로부터 사랑하며 좋아하는지 잘 아십니다. 봉사자들 덕분에 저도 환영을 받습니다. 옆에서 저를 “목사님”이라고 알려줘도 금방 잊어버리시고 “아저씨~”라고 부르십니다. 그 소리가 더 정겹고 좋습니다. 함께 있는 동안 내내 할머니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으십니다.

말기 암으로 투병 중인 한 할머니도 우리를 반기십니다. 할아버지도 몸이 성치 않으신데 할머니를 극진하게 보살피십니다. 허름한 집 옆에 밭이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곳에 옥수수, 호박 등 채소를 심고 가꾸십니다. 구리 빛으로 그을린 얼굴 때문에 할아버지의 눈망울은 더욱 더 초롱초롱하게 보이십니다. 손수 커피도 끓여 주시는 매너 백점이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집에 파리가 얼마나 많은지요? 할아버지께서 파리채로 파리를 잡으십니다. 제대로 죽지 않은 것은 손가락 끝으로 꾹 눌러 확인사살을 하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집어 쓰레기통에 버리십니다. 바로 그 손으로 옥수수를 집어 저게 먹으라고 하십니다. 이 대목에서 얼굴을 일그러뜨리면 안 됩니다. 표정만 어정쩡하게 감사하다고 해서도 안 됩니다. 마음이 들킬까봐 마음까지 즐겁게 먹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요. 가려는데 밭에서 옥수수며 호박이며 따서 봉지에 담아 주십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갔다가 오히려 넘치는 사랑을 받고 옵니다. 할아버지는 그 섬김을 기뻐하십니다. 할머니도 꺼져가는 육체를 가누시고 애써 미소를 보내십니다.

이런 영혼이 맑으신 분들을 섬기는 것은 기쁨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섬김을 받으면서 별로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다가서는데도 냉담한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다. 이럴 때 섬기는 사람은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자원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때 그 기쁨은 소멸되지 않고 언젠가 상상 초월의 이자가 붙어 되돌아오는 법입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09-08-23 11:3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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