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90809 - "굳은살"

저는 기억이 전혀 없는데, 얼마 전 아내가 제게 말했습니다. 서로 사귀던 시절 자기에게 제 무릎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저는 무엇이 그렇게 간절하였던지 매일같이 산에 올라 바위 위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낙타처럼 무릎에 굳은살이 박여있었던 것이지요. 그걸 보고 넘어갔다지 않습니까? 물론 아가씨에게 보이려고 그리 기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수법을 썼으니 상당히 고단수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만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릎의 굳은살도 풀어져서 부드러워졌습니다. 새벽기도회 후 개인기도 시간을 무릎 꿇음으로 지키고 있지만 늘 부족함을 느낍니다. 다시 굳은살이 박이도록 기도할 때면 꼭 무릎을 꿇어야하겠다고 말하니 아내는 극구 말립니다. 오랜 시간 동안 무릎을 꿇으면 관절에 좋지 않다는 이유입니다. 지금 하는 것만큼 무릎은 꿇고 다른 자세로 더 길고 깊게 기도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었습니다. 낙타무릎,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얼마나 간절하게 그리고 집중해서 기도하느냐가 더 중요하겠지요.

또 하나 아내에게 지적 받고 있는 것이 예전만큼 키타를 치며 찬양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집에 찬양의 소리가 퍼지면 모든 근심과 얽혔던 것들이 사라지고 행복으로 가득 차올랐던 것을 회상하며 하는 소리입니다. 자녀들과 소파에 앉아 키타치며 찬양하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았는데 영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자 그 모습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창 키타를 칠 때에 왼쪽 손가락 끝은 굳은살이 박여 돌 같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풀어져 부드러워져 있습니다. 가끔씩 키타를 치며 찬양을 하는데 손가락 끝이 아파 오래 칠 수가 없습니다. 손가락 끝이 부드러우니 키타 소리도 예전만큼 깨끗하지 않습니다. 궁색한 변명을 합니다. 귀국하여 식구마다 고국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 속에 있어서 그럴 여유를 갖지 못했다고 말입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각자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도 집에서 키타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굳은살을 회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꼭 무릎과 손가락 끝이 아니어도 삶의 진지함과 간절함을 향한 거룩한 습관을 되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사람 다니엘은 그가 청년 시절이나 노년 시절이나, 포로로 바벨론에 잡혀올 때나 나라의 높은 관직에 있을 때나 늘 변함이 없었다고 합니다. 고국을 향해 창문을 열어놓고 하루에 세 번씩 무릎 꿇어 기도한 것이지요. 다니엘 앞에 선 저는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집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09-08-09 11:32
조회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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