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91122 - "생각하는 사람"

한 분이 점심식사를 쏘겠다고 하십니다. 공돈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날씨가 추워 겨울옷을 꺼내 입었는데 호주머니에 거금 오만원이 들어있었던 것이지요. 덕분에 대여섯 명의 일행이 즐겁고 풍성한 나눔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당신도 가끔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실 때가 있지요? 이럴 때 “어, 돈이네!”하며 감탄사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자, 그럼 질문 들어갑니다.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는데 어머니가 두둑한 용돈을 주실 때 하는 감탄사는 무엇일까요? 한참 썰렁할지 모르니까 옷 두둑이 입으시고 답을 들으세요.

“어, 머니(money)!”

예기치 않았는데 좋은 일이 생길 때 우리는 즐겁습니다. 그 일이 비록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마음이 넉넉해지고 훈훈해져옵니다. 그리고 감사의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오르지요. 세상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삶에 찾아올 때는 어떻습니까? 맥이 빠지지요?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배달된 악재가 당신의 집 문턱에 걸려 있을 때는 어떻습니까? 화가 나기도 하지요? 마음도 좁아져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조차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이 보통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그러나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좋은 일이 생겨도 감사하지만, 소위 안 좋다고 하는 일이 생겨도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 때문이지요. 좋은 일이 생기면 기뻐하고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합니다. 이런 사람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씨앗에서 싹을, 싹에서 꽃을, 꽃에서 열매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집니다. 그래서 아직 싹도 나지 않았는데 그는 감사하며 기뻐합니다. 영어에 “감사하다”를 “쌩크(thank)”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생각하다”라는 “씽크(think)”에서 나왔습니다. 곧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 휘둘려 살지만, 생각하는 사람은 문제의 본질과 그 결과까지 보기에 어떤 상황에도 감사하며 살지요.

저의 책상위에 산스베리아라는 화초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그 모습 그대로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새순이 나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더니 기왕에 있던 잎과 비슷한 키가 되었습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2년이 지나도록 아직 한 번도 꽃을 피우지는 못했지만 저는 지금 그 잎 사이에서 빠끔히 고개를 내밀 꽃을 기대하며 미소 짓습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09-11-22 11:44
조회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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