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91011 - "쇠스랑을 듭시다"

어릴 적 마을에 하천이 있었습니다. 아주 깨끗한 물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멱을 감으며 장난칠 정도는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변으로 집들이 들어서고 그곳에서 나오는 오물과 폐수로 하천은 오염되어 악취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발을 담그기조차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어쩌다가 하천 옆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밀물 때면 바닷물이 들어와 더러운 것을 감추고 악취도 사라졌지만 썰물이 되어 물이 빠지면 몰골이 흉하고 냄새는 여전했습니다. 관공서에서도 하천을 청소할 여유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저 먹고 살기 바쁜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물이 빠져 나가면 아버지께서는 장화를 신으시고 삽과 쇠스랑으로 그곳을 치우셨습니다. 하천 전체를 혼자의 힘으로 다 청소할 수는 없으셨습니다. 다만 저희 집과 이웃집 뒤편만 손을 보셨습니다. 그러나 악취는 어쩔 도리가 없었고 며칠이 지나면 다시 오물이 밀려와 아버지는 삽을 가지고 하천에 들어가셔야만 되었습니다. 저도 가끔씩 아버지를 도왔지만 하천 청소는 마을 전체의 참여로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지금은 관공서에도 신경을 써서 조금씩 하천이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땅을 차지하는 것만이 대수가 아닙니다. 그것을 관리하고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자녀들이 목표하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고등학교 때까지 열심을 내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책을 놓아버리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죽자 살자 결혼해 놓고서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며 가정을 성실하게 일구어가지 않는다면 결국 그 결혼생활은 파탄에 이르게 됩니다. 기업이나 국가는 창업 혹은 개국, 수성(守成), 경장(更張), 쇠퇴의 수순을 밟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온갖 정성과 심혈을 더 기울려야 하는 것이 수성과 경장입니다. 곧 지키고 고치며 날로 새롭게 하는 일이지요.

돌보지 않고 마구 훼손하는 하천과 땅은 오염되고 황폐해집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립니다. 악취가 납니다. 집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쇠락합니다. 돌보는 사람이 없으면 흉물스러운 폐가가 됩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의 마음과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돌보지 않으면 잡초가 키를 넘고 온갖 쓰레기로 가득해집니다. 깨지고 부서지고 악취가 납니다. 겉을 아무리 포장한다고 한들 바로 물이 빠지면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삽과 쇠스랑을 들고 먼저 자신의 밭부터 일구러 나서야 하겠습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09-10-11 11:3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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