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91227 - "연 날리기"

어릴 적에 가오리연을 만들어 날리며 놀곤 하였습니다. 요즈음이야 문방구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때에는 직접 만들었습니다. 가오리연 만들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마름모꼴 한지에 대나무를 얇게 자른 댓살을 붙이면 됩니다. 역시 한지로 만든 귀꼬리를 양쪽 모서리에 붙이고 꽁지에 아래꼬리를 길게 붙이면 됩니다. 조금 신경 써야할 부분은 줄을 다는 것인데 아랫줄이 윗줄보다 조금 길게 하는 것이 기술입니다. 공학적으로 가장 적합한 길이가 있을 터이지만 어림잡아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륙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한 손으로 연줄을 잡고 맞바람을 받으며 달리기를 합니다. 아직 하늘로 솟구칠 준비가 안 된 연은 뱅글뱅글 돌며 곤두박질치기가 일쑤입니다. 때로는 너무 세게 땅에 처박혀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할 때도 있고 아예 새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심하게 망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바람을 제대로 받아 연이 하늘로 솟구칠 때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보통, 어머니의 반짇고리에서 몰래 꺼내온 명주실로 연을 띄우는데 가끔씩 끊어져 이웃 동네까지 날아가 버리기도 합니다. 연을 찾으러 앞산을 헤매기도 하고 높은 나무에 걸린 것은 아예 포기하기도 합니다. 연은 눈에 거의 점으로 보일 정도까지 하늘 높이 날아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 높은 하늘에서도 가끔씩 바람을 잘 타지 못할 때 큰 원을 그리며 뱅글뱅글 돌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연줄을 당겼다놓았다 하며 방향을 잡아주면 연은 제 궤도에서 안정적으로 날게 되지요.

장황하게 연날리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연이 하늘 높이 떠올라 제대로 날기 위해서는 바람을 제대로 몸체에 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의도입니다. 바람을 제 각도에서 받지 않고 연이 자기어깨를 비스듬히 틀면 뱅글뱅글 돌며 하늘로 오를 수 없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영락없이 땅에 곤두박질칩니다. 떡하니 가슴을 펴고 바람을 그 가슴으로 안을 때 연은 그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솟구치게 됩니다.

당신의 삶에도 바람이 있습니다. 때로는 광풍이 불어 닥치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 바람 때문에 당신은 하늘 높이 솟구칠 수도 있고 뱅글뱅글 돌다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삶에 허락된 바람이라면,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그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 하늘로 비상하는 방법입니다. 명주실은 가끔씩 끊어지지만 하나님과 연결된 연줄은 결코 끊어지는 법이 없고, 얼레를 잡고 있는 그 분은 설령 광풍이라 할지라도 당신의 연을 능수능란하게 날리신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09-12-27 11:47
조회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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