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00411 - "미신적 풍속도"

병문안하러 어느 병원에 들렀습니다. 10층은 족히 되어 보이는 건물에 4층이 없었습니다. 3층 다음에 바로 5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4층인데 그걸 5층이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또 상당히 많은 건물에 4층을 “F”로 표시하고 있는데, 영어 “Four”의 약자로 보입니다. 한자를 사용하는 문화권에서는 숫자 4를 싫어합니다. “죽을 사(死)”가 연상되기 때문에 재수 없다는 것입니다. 서양인들은 13일의 금요일을 싫어합니다. 13은 예수님을 배반하고 팔아넘겨 12명의 제자에서 떨어져나간 가룟 유다의 숫자이고, 금요일은 예수님께서 죽으신 날인데 그 두 날이 합쳐졌으니 왕 재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분히 미신적인 풍속도입니다.

새해 들어 새 달력이 저희 교회 카페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어떤 날에 일정한 표시가 있고 달력 하단에 그 표시된 날이 “손 없는 날”이라고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손 없는 날”을 잡아 이사 가면 좋다는 것이지요. 제주도에서는 이삿짐센터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이 날에 이사 가려 한다고 합니다. 대체 어떤 의미인지 찾아보았더니 “손”은 “손님”의 준말이고 여기서 “손님”은 불청객, 곧 악귀를 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손 없는 날”은 “귀신이 얼씬 거리지 못하는 날”, “부정 타지 않는 날”이란 것이지요. 참 친절한 달력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이 달력을 역이용하여 그 외의 날에 싸게 이사 갈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 걸어놓기는 썩 적합하지 아니하여 다른 달력으로 교체하였습니다.

“153.” 어디서 많이 본 숫자이지요? 모 볼펜에 새겨진 것입니다. 물속에서도 글씨가 써진다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회사를 돈방석에 앉게 하였던 바로 그 볼펜입니다. 153이란 숫자의 기원은 성경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형으로 죽으신 후 제자들은 슬픔과 허탈한 마음을 간신히 가누고 갈릴리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갔습니다. 날이 새도록 그물을 드리웠지만 고기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슬픔은 더 깊어갔고 몸은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말씀대로 그물을 다시 던졌더니 큰 물고기만 153마리나 되어 그물에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153은 풍요이며 생명의 넘침을 의미합니다. 그 회사 사장이 독실한 크리스천이란 설도 있고, 사장이 이 성경이야기를 듣고 힌트를 얻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떻든 153이 기도이자 신앙고백이면 그의 신심의 깊이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그저 부적과 같이 미신적 의미나 기복적으로 쓰였다면 13일의 금요일만큼이나 슬픈 풍속도입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10-04-11 09:3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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