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00404 - "실종된 에티켓"

며칠 전 전철을 타고 가는데 빈 옆자리에 한 아가씨가 앉았습니다. 그녀는 DMB(핸드폰에 연결된 방송)를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이어폰을 꽂지 않아 소리가 그대로 들렸습니다. 주위를 별로 의식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신문을 읽는데 신경이 계속 거슬렀습니다. 젊은이라 기본적이 에티켓은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도 발동했습니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최대한 상냥하게 말했습니다.

“이어폰이 없나보죠?”

“이어폰이 없어요.”하며 아가씨는 볼륨만 조금 줄이고 계속 시청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반응한 것도 정말 다행입니다. 만약 아가씨가, “별꼴이야.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그래?”라고 대꾸했다면 그 뒤를 수습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즘 세상에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낭패당하기 십상입니다.

다음은 아주머니 차례입니다. 한 사람 건너 앉은 그녀의 핸드폰에 벨이 울렸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를 줄이지 않고 얼마나 떠들어대는지요. 그 전철 칸을 혼자서 전세 낸 것처럼 안하무인이었습니다. 가끔씩 육두문자는 기본입니다. 신문 읽는데 집중하지 않았더라면 별로 알고 싶지 않는 그녀의 속상한 일을 알아줄 뻔 했습니다. 아주머니에게 한 말씀 올리는 일은 포기했습니다. 기세를 보니 DMB아가씨와는 등급이 달랐습니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른 날입니다. 전철을 탔습니다. 다음의 등장인물은 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입니다. 전철 위아래로 연결된 철봉을 붙잡은 채 신발을 벗고 의자에 서있었습니다. 옆에 앉아 있는 여성이 젊은 할머니인지 늙은 엄마인지 잘 분간이 안 되었습니다. 아니 별로 알고 싶은 마음도 아니어서 눈여겨보지도 않았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입니다. 서로는 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습니다. 보호자인 여성은 남의 일인 것처럼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도를 닦는 기분으로 모든 소음 속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결론을 내려야 할까요? 자주 타는 전철이 아닌데도 며칠 사이 상식 이하의 에티켓을 보면서 이런 모습이 전철 안에만 있겠나싶어 마음이 답답해옵니다. 제발 그런 사람들 입에서 “교회” 이야기만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10-04-04 09:34
조회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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