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00613 - "부서진 책"

 

새벽기도회에 가기 위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내려갔습니다. 마침 한 아주머니께서 자기 차 앞에 일렬 주차된 차를 밀다가 힘에 부쳐 도움을 청했습니다. 들고 있었던 성경책과 두어 권의 책을 제 차의 트렁크 위에 올려놓고서 도와드렸습니다. 기분도 상쾌하게 달려 교회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보여야할 것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뿔싸! 트렁크 위에 책들을 올려놓은 채 달려온 것입니다. 떨어진 곳은 지하 주차장의 출구가 분명했습니다. 차의 뒤꽁무니가 쳐지는 비탈길이기 때문입니다. 곧 기도회가 시작되기 때문에 갔다 올 시간이 없었습니다. 교회 비치용 성경과 미리 묵상한 말씀의 기억을 가지고 기도회를 인도한 후 부랴부랴 집으로 갔습니다. 혹시 길에 떨어져 있지는 않을까하고 살피면서 말입니다. 주차장을 샅샅이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비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혹시 아저씨가 책들을 집어놓았을까 하고 경비실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역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안쪽 화단을 손질하시는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물었습니다. 할렐루야! 아저씨가 제 책들을 주워서 사무실 안쪽 방에 고이 놓아두셨던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성경책은 멀쩡했습니다. 하드커버로 된 책만 다른 차에 밟혀 완전히 분해되어 있었습니다.

연극 “아바”를 관람했습니다. 탤런트 임동진목사님 주연의 현대판 욥의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을 잘 믿는 어느 집사님에게 뜻하지 않는 어려움들이 닥칩니다. 사회적으로도 모범적이고 가정적으로도 훌륭한 아버지이자 남편이었습니다. 정말 무늬만 크리스천이 아니고 알맹이까지 진짜 참 원조 크리스천이었습니다. 무너진 회사, 믿었던 친구의 배신과 조롱, 아내의 독설, 온 몸에 돋아난 악창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딸의 죽음 등 인간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쓰나미가 그를 덮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하나님을 배반하지 않고 믿음을 지킵니다.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죄를 범하지 않았다하더라도, 인간은 어차피 점과 흠이 없으신 하나님 앞에 거짓투성이인 죄인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철저히 회개합니다. 결국 그는 귀로만 들었던 하나님과 깊은 인격적인 만남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연극은 거기에서 끝납니다. 아니 더 이상 보여줄 필요도 없습니다. 하늘 아버지, 곧 “아바”와의 진정한 만남, 그것이 삶의 전부이자 그 의미이니까요.

임목사님께서 보내주신 이 연극의 초대권이 차에 밟혀 부서진 바로 그 책 속에 있었습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10-06-13 09:46
조회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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