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00606 - "즐거운 불편"

비 갠 후 오랜만에 투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를 즐겼습니다. 저 멀리 천마산도 훤하게 보였습니다. 말 그대로 크리스털 같은 날씨였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가 밝습니다. 마음도 활짝 열립니다. 그런데 이런 날씨는 제가 어렸을 때 흔하게 보았던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반가워하는 것은 그만큼 환경이 오염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크리스털 날씨는 가고, 다시 뿌연 공기 속에서 매캐한 매연을 들이마시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아니 우리 후손은 언제까지 이런 공기에서 버틸 수 있을까?’

봄이 흉내만 내고 여름에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봄과 가을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저마다 걱정을 합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귀가 닳도록 들은 것이어서 이에 대한 마음들이 무뎌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며 넘기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마냥 그렇게 생각 없이 끌려갈 일은 아닙니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20년 전에 비하여 최근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2천만 명 이상이 가뭄으로 먹을거리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몽골은 현재 국토의 90%가 사막으로 변하고 있답니다. 최근 10년 동안 700곳의 강과 하천, 1,500곳의 우물과 샘, 그리고 760곳의 호수가 말라버렸고 식물종의 3/4이 멸종했다는 것입니다. 황사가 더 심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창덕궁에 들렀습니다. 비원이라고도 하는 후원에 막 들어서니 웬 새들이 머리 위 나뭇가지에 모여들면서 목청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까치들이었습니다. 경계일지 모르지만, 환영인사겠지 하며 편하게 생각해버렸습니다. 그런데 9만평 되는 왕의 정원에 여러 종의 새들이 있을 법한데, 2시간 동안 그곳을 거닐면서 제 눈으로는 까치 외에 다른 새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구상의 생물종은 1천3백만에서 1천4백만 종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그런데 환경오염으로 인해 매년 2만 5천에서 5만 종이 사라져가고 있고,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20~30년 내에 지구 전체 생물종의 1/4이 멸종할 것이라는 연구보고입니다.

생태계의 파괴는 인간중심, 곧 이기적인 탐욕이 그 근본원인입니다. 성장일변주의, 편리지상주의를 추구하는 시대의 산물인 것이지요. 이것은 당장 입에 달고 몸에 편하지만 결국 우리를 불편하게, 아니 망하게 합니다.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 줄이기 등이 환경의 회복에 무슨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마는, 이런 것이 저마다의 “즐거운 불편”이 된다면 자연은 고마워서라도 병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지 않을까요?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10-06-06 09:46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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