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01107 - "할아버지의 숯불구이"(이인호목사칼럼)

“숯불구이”라 하면, 보통 돼지고기, 쇠고기 등이 연상되겠지만 육 고기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숯불 위에 올려 진 것들은 주로 고구마나 감자, 그리고 가끔씩 떡이었습니다. 아주 어릴 적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지만, 키가 크시고 온화하셨던 분으로 저의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아직도 생생한 것은, 추운 날씨가 되면 할아버지 방에 언제나 화롯불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 안을 뒤져보면 영락없이 군고구마가 들어있었습니다. 또 명절이 지나 딱딱하게 굳은 떡을 화롯불 석쇠위에서 구우면 겉이 노릇노릇해집니다. 다 익은 것을 반으로 가르면 쫀득쫀득한 속살이 녹은 엿가락처럼 늘어집니다. 그것을 호호 불면서 먹는 맛이란 일품입니다. 물론 화롯불에 있는 모든 것들은 먹성 좋은 우리들의 차지가 되었지요. 섬마을에서 농사하셨던 분이라 손주들에게 주실 용돈이 딱히 있었던 것도 아니고, 화롯불 구이를 통해 그 사랑을 전하셨던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해봅니다.

200년 전 스코틀랜드에서의 초등학교에서는 열등생에게 종이 모자를 씌우고 교실구석에 앉게 하였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비인간적인 방법입니다만, 자극을 받아 분발하라는 교육적(?) 의도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곳에 종이 모자를 맡아 놓고 썼던 한 아이가 있었는데, 그는 친구들로부터 “멍청한 아이”라고 놀림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시를 무척 좋아하여 마음에 드는 시는 몽땅 암기하였습니다. 13세 즈음 어느 문필가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시를 낭송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냥 외워서 의미 없이 읊은 것이 아니라 시 속에 완전히 몰입하여 노래하듯이 낭송하였습니다. 마침 당시에 유명 시인인 로버트 번즈(Robert Burns)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감동을 받은 번즈는 그 아이에게 다가와 나직이 말했습니다.

“꼬마야, 넌 앞으로 위대한 인물이 될 거다.”

바로 그 순간이, 소설 <아이반호(Ivanhoe)>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계관시인이자 소설가, 법률가인 월터 스콧 경(Sir Walter Scott)이 태어난 시간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숯불구이, 그것은 사랑이고 위로며 기쁨입니다.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번즈의 말 한 마디는 소년 월터의 꿈이 되었습니다.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는 당신의 말 한 마디와 사랑 담긴 자그마한 손길이 세상을 한층 더 훈훈하게 만듭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10-11-07 10:0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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