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00926 - "각인(刻印)현상"(이인호목사칼럼)

몇 해 전 테니스 레슨을 몇 번 받은 적이 있습니다. 왕 초보라 자세가 바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진도가 안 나가자 가르치는 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잘 안 되네요.”라고 말했더니, 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사실 초보인 나 같은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입니다. 테니스를 좀 할 줄 아는데 자세가 잘못 굳어진 사람들을 바로 잡아주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처음에 어떤 것이 각인 되는가 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습관화된 자세는 물론 그 방향으로 근육이 발달한 것에도 기인하지만, 뇌에 어떻게 입력되어 있느냐에 더 근본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동물행동학(ethology)의 대부 콘라트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1903∼1989)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인으로서 1973년 노벨생리학상 및 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그는 특별히 동물행동에 관한 "각인(imprinting)"현상을 연구했습니다. 이것은, 기러기나 오리 등 이소성(離所性) 조류들이 부화 직후 처음으로 본 움직이는 물체를 자기 어미로 알고 졸졸 따라다니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암탉이 오리 알을 부화시켰을 경우 새끼오리는 암탉을 어미로서 뇌에 입력하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암탉을 따라다닌다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은 우리 인간에게도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뇌 속에 각인된 것에 따라 행동이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사람은 뇌의 차원을 넘어 마음의 차원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에 새겨져 있는 것은 그대로 삶 속에서 소리가 되고 행동이 됩니다. 그러므로 마음에 무엇을 각인하느냐는 무척 중요합니다. 뇌나 마음에 한 번 각인된 것을 지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이것이 인간의 위대한 점입니다. 각인하는 것과 아울러, 지우고 다시 새로운 것으로 각인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교육입니다.

교육에 모방이 중요합니다. 창조 역시 모방에서 출발합니다. 어린이가 말을 배울 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주로 따라하게 됩니다. 신체발달과 근육발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자면, 딸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닮는다거나, 아들이 아버지의 걸음걸이를 닮는 것 등입니다. 처음부터 좋은 모델을 만나는 것이 복입니다. 설령 그런 환경이 되지 못했을지라도, 지금부터라도 잘못 각인된 것을 인식하고 좋은 모델을 찾아 그것을 고치며 새로운 것으로 삶에 각인한다면 그것 또한 큰 복이 될 것입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10-09-26 09:5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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