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01226 - "큰일 너머에"(이인호목사칼럼)

우리말에서 “큰일 났다.”는 매우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우리는 “큰일 났다.”고 합니다. 큰일이라고 해서 다 나쁜 일만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탈을 많이 당한 우리나라는 큰 일 날 때마다 안 좋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슨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그저 아무 일 없이 평안하게 지내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나 혼자 그럭저럭 평안하게 지내도록 해주지 않습니다. 나는 별 무리 없이 지내는데 밖에서 치고 들어오니 문제입니다. 어차피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큰일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만히 앉아서 당하느니 그 큰일을 잘 요리하고 소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일 것입니다.

성탄절기가 되면 제일 많이 불리는 노래는 뭐니 뭐니 해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Salzburg)에 가면 이 노랫말을 지은 요세프 모어(Joseph Mohr)신부의 생가가 있습니다. 평범한 집 벽에 소박한 안내문이 조그맣게 붙어있었습니다. 모어신부는 잘츠부르크 인근의 성 니콜라우스교회에서 시무하고 있었는데, 1818년 성탄절을 앞두고 교회오르간이 고장 나게 되었습니다. 큰일 난 것이지요. 그러나 그는 낙담하지 않고 조용히 성탄을 묵상하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시를 적었습니다. 같은 교회 반주자이자 음악선생인 프란츠 그뤼버(Franz Grüber)에게 그것을 넘겨주며 작곡을 부탁했습니다. 오르간 대신 기타를 치면서 이 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감동적인 성탄절을 경험했던 것입니다. 이 작은 노래가 온 세상을 울리는 기적의 노래가 된 것입니다. 큰일을 잘 요리하고 소화하니까 더 큰일, 곧 기적이 일어난 것이지요.

살아 있는 바다생선을 잡아 회를 쳐서 먹어보면 짠 맛이 나지 않고 오히려 단맛이 납니다. 그러나 죽은 바다생선을 소금물에 넣어두면 이내 그 살은 짠 맛으로 변하고 말 것입니다. 당신이 살아있는 한 절망이라는 짠 물에 물들지 않을 것입니다. 큰일이라고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당신을 넘어뜨리지 못할 것입니다. 비록 충격이 되고 때론 당신의 삶을 할퀴는 큰일이 있다할지라도 당신의 영혼은 살아있기에 다시 맛을 내게 될 것입니다. 주저앉지 마십시오. 포기하지 마세요. 파도에 떠밀려가는 인생이 되지 말고 그 파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맞으십시오. 물 몇 모금 마셨다하여 당신이 진 게 아닙니다. 끝까지 살아있어 도전하는 한, 결국 당신은 그 파도를 타게 될 것입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10-12-26 10:1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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