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10109 - "새해 첫날의 금침"(이인호목사칼럼)

송구영신예배를 마치고 교회 가까운 기도원에서 금침수련회를 가졌습니다. 금침수련회라 하니까 금침으로 치료하는 집회인가 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금침수련회는 금식과 침묵으로 말씀묵상을 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드리는 기도보다 듣는 기도의 시간이지요. 저희 교회에서 3년 전에 처음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4년 전에는 교역자들이 먼저 한 바 있습니다. 금번 수련회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정말 알차고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산을 내려오기 전에 침묵이 해제되고 나눔의 시간을 가졌는데 모두들 깊은 은혜를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새해 첫날 보통,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 겸 점심으로 대충 식사를 때우고 TV 앞에 매년 이맘때쯤 반복해서 비쳐주는 영화를 생각 없이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금침수련회에 와서 새해를 말씀과 기도로 설계하고 정리하니 정말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이는 해가 갈수록 금침수련회의 묘미를 느끼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들이 수련회 장소에 가기 전에 성령님께서 모든 것을 예비하시고 여러 손길을 통해 역사하셨습니다. 기도원의 진입로는 꽤 길고 비탈져 있는데 평상시도 자동차로 오르면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날 정도입니다. 그런 곳에 눈이 쌓이면 자동차를 가지고 갈 생각을 말아야 합니다. 며칠 전에 눈이 왔습니다. 기도원 직원 여섯 명이 열 시간 동안 그 쌓인 눈을 치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눈을 치운 후 첫 손님이 저희들이라고 했습니다.

그 기도원에 가면 야외 기도처가 있습니다. 그곳은 잣나무 숲인데 겨울이 되어 잎이 다 떨어지고 하늘을 향해 쭉쭉 곧게 뻗은 나무에 앙상한 가지인데도 그 모습이 정말 조각같이 아름답습니다. 거기에 눈까지 덮여있으니 더 없는 장관입니다. 한참동안 조용히 그 그림 같은, 아니 세상의 그 어떤 그림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의 솜씨를 묵상하며 그 은총 아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벅찼습니다. 새해 첫날의 하늘은 청명했습니다. 눈에 반사되는 햇빛으로 눈이 부셨습니다. 포근했습니다. 싱그러운 공기와 강렬한 햇빛에 감싸인 눈 덮인 잣나무 숲에서 심호흡을 했습니다. 향기가 났습니다. 진하지는 않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향기가 났습니다. 눈에서 나나하며 쌓인 눈을 한 움큼 쥐어 코에 갖다 대었습니다. 냄새가 없었습니다. 잣나무에 코를 대었습니다. 나무 냄새가 조금 났습니다. 그러나 그 숲에서 맡고 있는 향기는 아니었습니다.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잣나무와 눈 그리고 싱그러운 공기와 찬란한 태양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향기였던 것입니다. 새해 첫날의 금침은 벅찬 은혜 그것이었습니다.
작성자
정동호
작성일
2011-01-09 09:57
조회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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