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10213 - "해갈"(이인호목사칼럼)

1937년 9월 소련 스탈린 정권은 연해주에 살고 있었던 우리 동포들, 곧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습니다. 기차에서 몇 백 명씩 강이 있는 곳에 떨어뜨려놓았습니다. 집도 없는 허허벌판입니다. 물이 있으면 어떻게든 생존하겠지 하는 계산이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한 고려인 마을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고려인 마을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그 땅을 일궈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본토인들이 들어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70여 년 전, 고려인들이 처음 그곳에 도착하니 황량한 벌판에 물이 질펀한 갈대숲이었답니다. 겨울이 다가와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갈대를 얼기설기 엮어 움막을 짓고 버텼습니다. 많은 사람이 얼어 죽었습니다. 여름이면 조금 과장해 잠자리만한 뇌염모기에 시달렸습니다. 뇌염으로도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100가정에 약 4~500명의 고려인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오직 살겠다는 몸부림으로 그 모든 역경을 헤쳐 나갔습니다. 소련이 붕괴하고 1990년 초 연방 국가들이 독립해 떨어져 나갔습니다. 아무 곳이나 함부로 이주해 살 수 없었던 것이 풀렸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러시아로, 한국으로 나갔습니다. 훌륭한 농장으로 일군 그곳에 정작 남아 있는 사람은 노인들과 아이들입니다. 마을에 남은 아이들은 상당수가 한국인과 결혼해서 낳은 애들인데 이혼하거나 시집살이를 견디다 못해, 혹은 적응하지 못해 도망치듯이 돌아온 여성들의 자녀들입니다. 삶의 갈증이 심각했습니다.

1990년 초 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미국에 있는 한인목회자가 들어와 동족인 고려인들에게 복음의 씨를 뿌렸습니다. 미리 기도하면서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대부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이슬람교를 믿습니다. 그런데 고려인들은 기독교를 받아들였습니다. 처음에는 상당수가 예수님을 받아들였지만J, 젊은이들이 빠져나간 지금은 그것도 많이 힘을 잃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기독교 신앙으로 인해 그들은 영적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러나 근본적인 그들의 갈증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일부러 자기 집에 초대해 차와 다과를 대접하며 말씀하시는 할머니집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슬펐습니다. 무언가 삶의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그들의 갈증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갈증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해갈하려는 것이 인간적인 방법일수록 그 갈증은 더 심화됩니다. 신앙을 방편으로 삼지 않고, 오직 생명수이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바로 만날 때만이 그 근본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성자
정동호
작성일
2011-02-13 09:54
조회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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