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30827 - "하나님이 보우하사"

주세페 베르디(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의 오페라 <나부코(Nabucco)>에 나오는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이라는 아리아가 유명합니다. 나부코는 성경에 나오는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을 이탈리아식으로 줄여서 부른 이름입니다. 느부갓네살은 하나님의 성전을 모독하고 유다를 잔인하게 짓밟아 멸망시킨 바로 그 왕이었습니다. 바벨론 사람들은 포로로 잡혀온 유다 백성, 곧 히브리 사람들에게 노래를 불러 흥을 돋우어보라고 했습니다. 정말 기가 막힌 일이었습니다. 조국을 잃고 끌려와 노역에 시달리는 것보다 그런 처지에 흥을 돋우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 더 비참하게 느껴지고 서글펐습니다.

오페라 <나부코>는 지금으로부터 180년 전인 1842년에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감격적인 초연이 이루어졌는데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특히 제3막에서 부르는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은 단번에 이탈리아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이 노래는 당시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북이탈리아 국민들의 민족의식을 일깨우고 나아가 통일을 이룩하는 큰 힘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고 전해옵니다. 그 노래 가사의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라 내 마음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 언덕위로 날아가라. 훈훈하고 다정하던 바람과 향기롭던 나의 고향, 요단강의 푸른 언덕과 시온 성이 우리를 반겨주네. 오 빼앗긴 위대한 내 조국, 가슴 속에 사무치네... 이 고통을 참을 수 있도록 주님이 용기를 주시리라.”

올해는 우리 민족이 일본제국의 압제에서 해방된 지 만78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이를 알고 있지만 일제강점기에 처해 있었던 우리 선조들은 그 고난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 확실히 몰랐을 것입니다. 마치 바벨론의 포악한 손아귀에 사로잡혀 있었던 유다 백성들, 오스트리아 정권의 탄압 하에 있었던 북이탈리아 국민들과 비슷한 처지였습니다. 절망이 짙게 드리워진 그때에 하나님은 당신의 강권적인 역사로 이 민족을 일제의 손아귀에서 건져내어 주셨습니다.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애써서 된 것처럼, 또는 어쩌다가 우연히 된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우리 선조들의 독립을 위한 투쟁과 헌신은 정말 위대합니다. 그러나 결국, 애국가에서 우리가 고백하는 것처럼, “하나님이 보우하사” 이 나라가 여기까지 온 것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먼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사하며 정성을 다하여 그의 말씀에 따르는 삶으로 보답하여야 하겠습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3-08-24 10:42
조회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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