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11017 - "은혜를 앎"

군대에서 야간전투훈련을 할 때 얼굴에 숯가루로 검은 칠을 하여 위장을 했습니다. 요즘이야 위장용화장품이 있다고 하지만, 40년 전에는 그렇지 못했지요.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사선으로 멋지게 검은 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숯가루를 얼굴에 아무렇게나 발랐습니다. 어차피 어둠 속에 들어갈 텐데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그런데 빛이 있는 곳에서 서로의 얼굴을 볼 때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이었는지요? 서로를 보고 배꼽을 쥐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어둠에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서로의 모습도 잘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빛 가운데로 나가면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참 빛이신 주님 앞에 설 때 자기의 모습이 얼마나 부끄럽고 부족한지를 알며 그 모습 그대로 주님이 받아주시고 모든 허물을 씻어주셨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는 늘 겸손함으로 감사하며 삽니다.

강원도 원주시와 횡성군 사이에 치악산이 있습니다. 워낙에는 가을이면 단풍이 붉고 아름답게 물들어 적악산이라 했으나 치악산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거기에 얽힌 전설 때문이라고 합니다. 치악산이라는 이름에서 치(雉)는 꿩 치자입니다. 어떤 서생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향하다가 숲에서 요란히 울어대는 꿩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가까이 가 보았더니 구렁이가 꿩 새끼들을 잡아먹으려 하자 어미 꿩이 안절부절못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생은 구렁이를 죽이고 꿩 새끼들을 살려주었습니다. 그는 계속 길을 가다가 밤에 한 집에서 묵다가 죽음의 위험에 빠지게 되었는데 꿩들이 나타나 자기들의 생명을 희생하고 그 서생을 살려냈다는 것입니다. 치악산이라는 이름은, 한갓 미물도 그러할진대 인간이라면 더욱 더 은혜에 보답해야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빛이 더 밝은 곳으로 나아가면 우리의 모습은 더욱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잘 보이지 않는 잡티도 선명하게 보이게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체험하고 자기를 통해 그 능력이 드러날 때 우리는 자칫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마치 자기가 흠이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교만입니다. 하나님께 더욱 더 가까이 갈수록 우리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죄인임을 더욱 처절히 느끼며 인정하게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우리의 의와 선함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은혜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살 수도 설 수도 없는 죄인임을 겸손히 인정하며 값없이 주신 구원에 감사드릴 수 있어야하겠습니다. 나아가 늘 그 은혜에 보답하는 삶이 되어야하겠습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1-10-13 17:20
조회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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