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11226 - "듣고 가서 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길을 다녀온 지도 5년이 가까워옵니다. 순례 길을 걷는 동안 시간 시간이 소중하고 기대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지나갈 때 순례할 날이 줄어드는 것이 매우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다리에 벌써 무리가 왔지만 파스 붙이고 진통제 먹으면서 목적지인 산티아고에 도착하자마자 땅 끝 마을이라 불리는 피스 테라까지 묵시아를 거쳐 마저 걸어갔습니다. 총 916km를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었지요. 여기 남양주에서 부산까지 걸어서 갔다왔다한 셈입니다.

왜 걸었냐구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림 같은 대자연 속에 주님과 단 둘이 함께 하는 것이 그렇게 좋고 행복했습니다. 물론 각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길동무가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았습니다.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또 가고 싶냐구요? 대답은 예입니다. 이제는 온 몸을 다 망가뜨려 올 거라고 말리는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좀 더 지혜롭고 여유 있게 걸으며 다른 순례 코스를 밟고 싶습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자료들도 살펴보고, 안내 책자도 읽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선뜻 순례 길을 나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목에 이상이 왔습니다. 좁쌀만 한 폴립이 목 속에 생긴 것입니다. 목쉰 소리가 나오고 찬송 중 고음을 내려할 때 무척 힘이 들고 아예 소리가 나지 않기도 했습니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거쳐 폴립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당분간 노래는 물론 말을 하지 말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때구나하고 순례 길을 홀로 나섰던 것입니다.

그 가슴 벅찬 순례 길을 나서게 된 것은 그곳을 다녀온 이들의 이야기를 제가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귀담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에 들어온 그 이야기는 제게 소망이 되었고 결국 때가 되어 저의 발걸음을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35일의 긴 순례 길 위에 옮겨놓게 한 것입니다. 실제로 순례 길을 걷다보니 떠나기 전에 들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분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많은 것들은 다 말이나 글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모르니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떠나기 전에 저는 그것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고자하는 소망을 품고 있다가 결단하고 현장으로 갔습니다. 결국 그 길을 밟아보았고 느껴보았고 눈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보았기 때문에 순례 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1-12-23 16:4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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