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20102 - "주안에 있는 자"

동해안의 한 해수욕장에 간 일이 있습니다. 튜브를 하나 빌려서 저희 부부는 교대로 타면서 물놀이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경사가 완만한 서해안과는 달리 동해안은 바다 밑이 갑자기 깊어져 자칫하면 사고가 날 위험이 큽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튜브를 타고 있으니 별 걱정은 안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를 만났습니다. 튜브를 한 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 물을 저으면서 뭍으로 나오려는데 계속 제 자리에 머물면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튜브가 있어서 큰 일이 일어나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살짝 겁이 났습니다. 한참을 지켜보던 구제대원이 수상제트스키를 타고 와서 저를 모래밭쪽으로 밀어 넣어주었습니다. 저의 일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지 잠시 후에 아내가 튜브를 타고 바다로 나갔습니다. 뭍에서 불과 5~6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거기에서 아내는 다시 돌아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튜브는 바다 쪽으로 점점 더 멀리 가는 것이었습니다. 안간 힘을 써도 썰물의 힘을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역시 구조대원이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다시 한 번 바다는 만만하게 볼 게 아니라는 것을 깊이 느낀 시간이었고, 다소 긴장은 했으나 어떻든 무사했으니 재미있었던 추억하나가 더해졌습니다.

만약 구조대원도 없고 튜브가 없는 상태에서 썰물에 휩쓸려갔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그래도 튜브 안에 있었기 때문에 때가 되어 구조대원에 의해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만약 망망대해에서 배를 타고 가다가 실족하여 물에 빠졌다면 어떻게 될까요? 죽음의 공포가 엄습해 올 것입니다. 거친 풍랑이라도 겹친다면 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큰 배안에 있다면 안전감을 느끼겠지요. 저는 어릴 때부터 청소년 때까지 바닷가에서 살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배를 많이 타 보았습니다. 다양한 바다의 모습도 많이 보았습니다. 검푸른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배를 타고 가면서 스크루우가 만들어내는 포말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그럴 때 바다 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아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배안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내 안심하기도 했지요.

이 세상이라는 망망대해에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배안에 있는 사람과 배밖에 있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주안에 있는 사람과 주밖에 있는 사람입니다. 주안에 있으면 아무리 풍랑이 일고 비바람 쳐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밖에 있으면 두려움에 삼킨바 되고 결국 생명을 잃게 될 것입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1-12-31 17:38
조회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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