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31022 - "알곡인생"

학창시절 하굣길에 길옆 논의 벼이삭을 끊어 나락을 까먹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익지 않은 것은 뜨물처럼 하얀 물이 툭 터집니다. 그러나 누렇게 익은 알곡은 그 맛이 제법 고소합니다. 그런데 추수할 때가 가까워 모든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논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이삭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알맹이가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고 신앙도 그렇습니다. 알맹이 꽉 차있는 것도 있고 속이 텅 비어 껍질만 그럴 듯이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알찬 열매를 거둘 때까지 농부는 비바람의 피해도 감내합니다. 어쩌면 그런 과정이 있기에 열매가 더욱 더 알차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때론 인생의 결핍과 광야가 우리를 더욱 더 믿음 위에 굳게 세워간다는 점에서 삶의 역설을 배웁니다. 그러므로 어려움을 당할 때 마냥 불평할 것은 아닙니다. 물론 고난이 기쁘고 쉬운 것은 아닙니다만, 그 의미를 잘 깨닫고 그것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성숙의 기회로 삼는다면 그 고난은 우리에게 큰 복으로 변할 것입니다.

박해와 고난이 있을 때 그리스도인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신앙을 버리거나 반대로 믿음의 뿌리를 더 깊이 내리든가 합니다. 마치 강풍으로 인해 뿌리까지 뽑혀 쓰러져버리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그 강풍 때문에 뿌리를 더 깊숙하게 내리는 나무가 있다는 사실과 비슷합니다. 신앙의 자유가 있는 남한보다 세계 박해지수 1위인 북한에서 순전한 믿음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더 많을 거라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남한에서 순전한 믿음으로 살아간다면 그는 정말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훌륭한 그리스도인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모양의 고난을 당할 때 하나님을 더욱 더 가까이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마음에 아픔과 슬픔이 찾아올 때 아빠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의 손을 더욱 더 꼭 잡아야 합니다. 그 고난과 역경은 오히려 우리의 삶과 믿음을 성장 성숙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이 당시에는 상처(scar)를 주었지만, 결국 그것이 자신을 더욱 더 빛나는 별(star)이 되게 하였다고 나중에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에 기쁨을 주는 이가 있습니다. 생각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이가 있습니다. 비바람인생가운데에도 삶과 신앙이 알차게 익어가는 사람입니다.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도로 주변의 논이 황금빛으로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벼가 누렇게 익은 모습이었지요.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행복했습니다. 우리의 삶과 신앙도 알곡처럼 익어 갈 때 하늘 아버지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3-10-19 18:09
조회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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