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31015 - "열매 맺는 삶"

유치원에 다녀 온 아이가 집 앞 화단에 무언가를 심고 있었습니다. 호박씨였습니다.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때마다 물을 주었습니다. 며칠 후에 신기하게도 싹이 났습니다. 아이는 더욱 더 신이 나서 물을 주었습니다. 싹은 쑥쑥 자라나서 잎을 내고 제법 넝쿨도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호박 농사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다른 관심사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바통을 이어 물주는 일은 내가 맡게 되었습니다. 꼭대기 층의 주인아주머니는 노끈으로 그물을 만들어 넝쿨이 타고 올라가도록 했습니다. 씨앗 몇 개밖에 심지 않았는데 호박넝쿨은 건물 한쪽 면을 거의 다 덮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들은 게 있어서 부드러운 호박잎은 데쳐서 쌈으로 먹고 호박열매는 된장찌개에 넣었습니다. 잎과 열매를 따서 주인아주머니 댁에도 드렸는데, 그 작은 나눔에 행복은 정말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참 포도나무로, 성부 하나님을 농부로, 그리고 제자들을 포도나무가지로 비유하셨습니다. 포도나무의 목적은 가지에 포도송이를 맺는 것입니다. 포도나무 줄기가 물과 양분을 공급하면 가지는 그것을 받아 때를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됩니다. 그런데 가지가 열매를 맺지 않으면 농부는 그것을 제거해버린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포도나무줄기에 붙어있지만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가지는 사정없이 잘라버리는 농부처럼 하나님은 그의 백성이라 할지라도 그럴 듯한 삶의 열매가 없는 이들을 가차 없이 버리신다는 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무자비하신 분이 아니십니다. 그의 책 <삶이 뜻대로 안 될 때>에서 저자인 카이 아이들먼은 “제거하다”라는 헬라어 “아이로(αἴρω)”에 “들어 올리다”, 곧 “돕다”라는 뜻도 있음을 들어 찢어진 가지를 다시 들어 그 줄기에 붙이시는 하나님의 자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호박 넝쿨이 자라고 그 잎이 무성해지며 호박열매가 맺히는 것은 그 줄기가 땅으로부터 양분을 빨아들이고 각 부분에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열매가 같은 원리로 맺힙니다. 가지는 그 나무줄기에 꼭 붙어있으면 됩니다. 때론 여러 영향으로 가지가 찢어지거나 메말라갈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빨리 그 찢어진 부분을 점검하고 줄기에 다시 꼭 묶어야 합니다. 가지가 축 쳐졌다면 하나님의 “아이로”, 곧 도우심을 구하여 합니다. 늘 주님과 하나 되어 사는 것이 참된 열매를 맺는 삶인 것을 확신하면서 주님의 말씀 듣기를 기뻐하며 그의 뜻을 따라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몸같이 사랑하므로 풍성한 열매를 맺는 삶이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기도합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3-10-12 17:21
조회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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