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1 - "공감과 마음을 같이하는 기도"(욥8:1~22)

아픈 마음을 꾸밈 없이 토로하는 욥의 다듬어지지 않은 말을 들으면서 수아 사람 빌닷이 입을 열었습니다. 욥의 말투가 그의 귀에 거슬렀고 믿음 없는 자의 언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엘리바스처럼 그도 인과율의 잣대로 욥을 재단하였습니다. 욥을 향하여 정의와 공의의 하나님을 언급한 것은, 욥의 비참한 상황이 욥의 죄악으로 인한 것이며 정의와 공의의 하나님께서 그에 대해 징계하신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빌닷은 욥의 자녀들이 처참하게 죽은 것 역시 그들의 죄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녀라는 말만 들어도 억장이 무너지는 욥에게 할 말은 아니었습니다. 설령 옳은 말이라 할지라도 때와 대상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흉기로 사용될 수 있음을 빌닷은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욥에게 필요한 것은 친구의 공감과 마음을 같이 하는 기도였습니다. 그러나 빌닷은 엘리바스처럼 욥을 정죄하며 가르치려 하였습니다. 욥이 하나님을 찾으며 전능하신 이에게 간구하고 또 청결하고 정직하면 반드시 하나님께서 그를 돌보시고 평안하게 하신다는 말이었는데, 이는 욥이 하나님을 찾지도 않고 기도도 하지 않는다는 정죄의 다름 아니었습니다. 이어서 빌닷은 욥이 하나님께 온전히 회개할 때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집이나 가게에 즐겨 거는 문구이기도 합니다. 따로 떼어 놓고 들으면 빌닷의 말은 구구절절 맞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의 적용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귀한 말이 살리는 수술 칼이 아니라 찔러 죽이는 칼로 사용되었던 것입니다.

빌닷은 욥에게 옛 시대의 사람과 조상들이 터득한 일을 배우라고 교훈 하였습니다. 그들로부터 배우려는 마음조차 욥에게 없다는 비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여러 가지 은유를 통해 욥을 악인으로 규정했습니다. 왕골과 갈대가 물이 많은 곳에서 크게 자라나나 다른 풀보다 일찍이 마르듯이 악인은 한때 왕성하나 이내 쇠잔하며, 돌무더기 속에 뿌리를 내려 멋있게 자란 나무도 뽑히면 그 심긴 곳이 어디인지 모르는 것처럼 악인 역시 그 흔적조차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욥을 악인과 동일시하였습니다.

죽음 같은 고통으로 뒹굴고 있는 욥에게 필요한 것은 촌철살인의 명언도 아니고 현란한 지식과 지혜의 자랑도 아닙니다.  많은 말보다 말없이 손잡아 주며 공감과 마음을 나누는 기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