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70429 - "생비량이 참포도로"(이인호목사칼럼)

23년만인 것 같습니다. 강산이 두어 번은 변했을 세월인데 지리산 초입의 한 마을 생비량면 도동은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앞산과 그 자락에 고즈넉하게 앉은 밭, 고치마을로 이어지는 다리, 건물들의 외향은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마을의 분위기는 여전했습니다. 서울에서 7~8시간을 걸리어 갔던 곳이었는데, 자동차로 3시간 조금 넘게 달리니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루에 몇 차례 없는 버스를 놓치면 가방 하나 둘러메고 마냥 걸었던 2~30여리 비포장 길에 이제는 아스팔트가 깔리고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지만 “옛날”을 다 지우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모아 첫 크리스마스 축하잔치를 했던 마을회관은 저의 기억 속에 있는 것보다 훨씬 키가 낮고 작았지만, 함께 했던 아이들이 그곳에서 금방이라도 우르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쯤 3~40대 되었을 텐데 모두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마을회관은, 내부를 개조해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 이름을 따라 그 이름을 지은 “생비량교회”는 몇 주 전 “참포도교회”로 개명을 했다고 합니다. “생비량”, 곧 “비량이라는 승려가 살아있다”는 뜻인 줄을 알고도 붙였던 이름인데 그것을 그저 고유명사로 소화하는데 버거웠는가 싶습니다. 새로운 비전과 사명을 위해 이름을 바꾸는 일도 있고 하니, 모쪼록 참 진짜 순종 포도, 곧 생명의 열매를 주렁주렁 맺는 교회가 되기를 축복하며 빕니다.

그 교회를 섬기고 있는 전도사님부부는 저희 길가에교회가 시작할 즈음, 2005년 11월에 부임해오셨다고 합니다. 선한 인상에 영혼 사랑의 열정이 잔잔히 배어있었습니다. 60가구도 채 안 되는 마을에, 한 때 장년 30명 이상 출석교회로까지 성장을 했으나 이농현상, 잦은 교역자들의 이동 등으로 교회의 생기가 상당히 빠져 시들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장년 15명에 어린이 10명 출석으로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젠 무당들도 사라지고 앞산에서 심심찮게 울렸던 굿하는 소리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무당 출신 한 집사님은, 끼가 그대로 살아있어 기도가 청산유수라 합니다. 무의탁 할머니 한 분을 교회건물에 딸린 방을 손보아 그곳에 머물게 하고 있다합니다. 정성껏 그녀를 돌보는 전도사님부부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습니다. 작년까지 지원한 교회로부터 선교비가 끊겨 고1학년인 자녀의 학비를 걱정하고 있을 즈음, 저희교회와 연락이 닿아 하나님께 감사드렸다는 사모님의 해맑은 미소에서 그 마을의 미래를 보는 듯 했습니다.
작성자
정동호
작성일
2007-04-29 11:32
조회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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