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070311 - "무단 침입자"(이인호목사칼럼)

도로에 인접한 학교 건물에 저희 교회가 들어선 후 주변 환경이 깨끗해졌다고 좋아들 하십니다. 예쁜 화단에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만들어놓으니 이용하는 이들이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화단 밑 부분, 흙이 숨 쉬고 비가 많이 올 경우 물이 새도록 뚫어놓은, 구멍 앞에 흙이 수북하게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생쥐들이 한 짓입니다. 그러니까 화단 밑에 자기들의 아지트를 짓고 있는 것이지요. 그 흙을 몇 번 치웠는데도 계속 쌓입니다. 작정하고 대역사(大役事)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요즘 들어 부쩍 이들의 외출을 자주 목격하는데, 갑자기 발끝 앞으로 휙 지나 갈 때면 기분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좀 더 안정된 삶, 자손의 안녕과 번식을 위해 애쓰며 살려하는 모습을 왜 나무랄 수 있겠습니까마는 이 피해가 저희들에게 직접적인 현실로 다가오니 어찌하겠습니까? 얼마 전 어떤 분이 다음 달에 있을 바자회 “길가에장터”를 위해 옷가지 몇 박스를 기증하셨습니다. 그것을 바깥창고로 옮긴 청년들이 쥐가 그것을 갉아먹을까봐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교회 안 창고에까지 들어와 음식물을 갉아먹었습니다. 더 이상 가만 놔뒀다가는 쾌적한 환경을 즐기는 저희들과 이웃들에게 불결한 인상을 주게 생겼습니다.

언젠가 저희 교회 환경미화팀장이 그 구멍에 연기를 피워 그들을 소탕할 음모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요즘 쥐들은 낮말도 듣나봅니다. 저희들의 작전을 다 파악하고 있는 듯 기세가 더욱 등등합니다. 이제는 연막작전 같은 재래식 방법으로는 통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세력이 커버린 것 같습니다. 하는 수 없이, 어제 해충을 박멸하는 용병들, 곧 전문기술자들을 불렀습니다. 쥐들에게 있어서 화단 밑의 아지트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교회 앞은 더 이상 그들의 운동장이 되지못할 것입니다.

저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해충을 없애기 위해 정기적으로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약을 뿌리기도 하고 바르기도 합니다. 이런 무단침입자들에 대해서는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비해, 내 마음의 화단에 슬그머니 아지트를 만들고 있는 것들에 대해 정작 무감각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봅니다. 그것들은 급기야 나의 삶을 갉아먹고 그 아름답던 화원을 혐오스럽게 만들어 버릴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낙담, 분노, 이기심 그리고 세속적인 가치관 등의 쥐들이 ‘나 잡아봐라~’ 하는 듯 시도 때도 없이 활개 치며 다니고 있는 것에 대해 그 심각성을 알고 “용병”을 불러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성자
정동호
작성일
2007-03-11 11:26
조회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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