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00425 - "봄이 왔어요"

제임스 무어(James W. Moore)의 『스트레스 뒤에도 삶이 있을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한 여인이 경찰서를 찾아왔습니다.

“제 남편이 실종 되었습니다.”
“참 안되셨습니다. 그런데 실종되신지 얼마나 됐습니까?”
“아마 20년 쯤 된 것 같아요.”
“20년이나요? 그런데 왜 이제야 신고하십니까?”

여인의 대답입니다.

“오늘 갑자기 외로워졌거든요.”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었습니다. 눈도 많았고요. 또 천안함, 금양호 침몰 등 슬프고 가슴 먹먹하게 하는 일들이 잇따라 우리의 추위는 더욱 심했습니다. 그 꽁꽁 얼어붙은 마음들이 언제 풀릴지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인 이상화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노래했듯이 우리들의 어떠한 상황에서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봄이 왔지만 마음의 창을 열지 않으면 그 봄의 기운은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일 뿐입니다. 고개를 들고 가슴을 열어젖히며 봄볕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니, 어쩌면 시인 안도현이 노래한 것처럼 봄은, 그것을 움켜쥐고 “끌어당기는” 이들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제비 떼가 날아오면 봄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봄은 남쪽나라에서 온다고/ 철없이 노래 부르는 사람은// 때가 되면 봄은 저절로 온다고/ 창가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이 들판에 나오너라/ 여기 사는 흙 묻은 손들을 보아라/ 영차 어기영차/

끝끝내 놓치지 않고 움켜쥔/ 일하는 손들이 끌어당기는/ 봄을 보아라 (“봄” 全文)

남편 실종 신고하러 온 여인의 겨울은 이십년 이상이나 된 것 같습니다. 봄은 스무 번 이상 찾아와 그녀의 삶을 노크했을 것입니다. 이제야 마음의 빗장을 빠끔히 여니 봄볕이 그녀의 삶에 들어온 듯합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10-04-25 09:4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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