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00704 - "대박"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어머님을 뵙고 올라오던 중에 고속버스 차창을 통해 산야를 바라보았습니다. 온통 푸른색이었지만 그 진한 정도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내며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청명한 날씨와 어우러져 그 모습은 정말 보석과 같았습니다. 책을 읽다가 아예 덮고 계속해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푸른 나무숲은 저마다 그 머리에 하얀 너울을 썼습니다. 옆에 앉은 사람이 밤꽃이라고 일러줍니다. 조물주의 솜씨가 놀랍습니다. 그 어느 화가도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없는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산천이 즐겁게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기쁨으로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취해 긴 여행이 지루한 줄 몰랐습니다. 자연의 생기 있는 모습과 환희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내 마음과 귀를 조용히 그에게 기우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니 어쩌면 내 마음이 먼저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대박”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무언가 좋은 일이 크게 터졌다.”라는 뜻이잖습니까? 대중가요에도 “대박이야~”하며 흘러나옵니다. 젊은이들은 아무 때나 이 말을 사용합니다. “말도 안 돼!”, “어이없다.”할 때도 “대~박”하면 그만입니다. 억양을 바꾸어 모든 대화에 남발하며 사용합니다. 마치 전라도 사람들이 무슨 말이건 “거시기” 하면 통하듯이 말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라 소통이 안 되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어떻든 이렇게 “대박”을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는 심리적 배경에는 ‘한 번 큰 것 하나 터져라.’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저 작은 것은 양에도 차지 않아 합니다. “소박”이 모여 “대박”이 되기도 하는데, 어느 세월 그걸 기다리느냐하는 조급증이 심합니다. “대박”만 찾다가 “쪽박”을 차는 경우가 많은 데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산천초목은 연일 “대박”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고 있는데 마음이 분주하고 닫혀 있으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자연은 어제나 오늘이나 장엄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교향악을 연주하고 있는데 열린 마음으로 귀 기우리지 않는다면 잘 들리지 않습니다. 멀리 유명 오페라하우스나 미술관에 갈 꿈만 꾸지 않을 일입니다.

장맛비 때문인가요? 월드컵 열기가 급냉각 되었습니다. 내친 김에 8강, 4강까지 갔으면 했는데 못내 아쉽습니다. 사실 16강이 된 것만 해도 “대박”이 난 것인데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나봅니다. 주어진 것에 자족할 줄 알며, 작은 것에 마음을 열고 귀 기우리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요? 그런 마음이 내게 있다면 이미 “대박”이 아닐까요?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10-07-04 09:4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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