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00502 - "몰입(沒入)"

현대인이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주의력이 5분 7초라고 합니다.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른들이 그렇다더군요. 더 심각한 것은 점점 그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마음이 갈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많기 때문이지요. 현대사회가 얼마나 복잡하고 변화무쌍합니까? 마음을 한 곳에 두기가 어려울 정도로 우리의 눈을 현혹시킵니다.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은 점점 더 늘어갑니다. 모두 다 필요하다고 하니, 다 신경을 써야 될 것만 같습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놓치면 뒤처진 인생이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다룰 수 있으면 삶이 더 풍요롭고 여유로워져야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현대인의 역병(疫病)이라는 우울증 등 병리현상이 더 심화되어 갑니다. 우울증은 자신이 인간관계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심리로부터 주로 오는데,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현대문화가 오히려 “군중 속의 고독”을 조장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컬합니다. 우리나라 성인인구 8%인 320만 명이 이 역병을 앓고 있다는 겁니다. 병원의 진찰을 받지 않은 사람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수도자가 평생 독방에서 수양을 해도 우울증을 모르는 것은 그의 마음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울증은 갈라진 마음으로부터 기인한 것입니다. 마음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불안하니 그 증상이 더 심해져가는 것이구요.

십여 년 전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의 책 『몰입의 즐거움(Finding Flow)』이 출판된 이래 “몰입”이란 화두가 뇌 과학, 정신계발에 이어 교육의 인기메뉴가 되어왔습니다. 몰입과 매몰은 다른 것인데, 같은 일을 놀이로 하느냐 노동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있습니다. 즐거움으로 할 때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일에 몰입을 합니다. 그러나 억지로 할 때는 누가 있으면 하는 체 할뿐입니다. 이웃집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내 아이도 다 보내야 뒤처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결과, 내 아이는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매몰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마음이 갈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즐거움이 있으면 몰입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열매가 나타나게 됩니다. 마치 끝이 갈라지고 무딘 것보다 뾰쪽한 송곳이 구멍을 잘 뚫을 수 있는 이치와 마찬가지입니다. 갈라지기 쉬운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길, 그리고 무언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의 성취를 일구어내는 길이 몰입에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그 몰입의 대상이 의(義)로움을 전제해야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합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10-05-02 09:4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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