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100711 - "옛 친구들"

초등학교 동기모임에 갔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친구들의 모임입니다. 그동안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객지와 해외 생활로 몇몇 교회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동기들과 연락을 주고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임엔 으레 술이 오가서 분위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관심을 갖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거의 40년 만에 만난 친구들도 있어 얼굴, 이름들이 희미했습니다. 여자 동기들은 거의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목사 친구가 와서 그런지 분위기가 잠시 서먹서먹해졌습니다만, 술이 몇 바퀴 돌자 입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이다를 마시며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만,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 사실 편한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흰 머리와 주름살에 비친 순박한 옛 얼굴들이 보였습니다. 동기들 중에는 권사님, 집사님들도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 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친구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이 귀하게 보였습니다. 동기 회장인 친구는 제가 자기 집에 자주 놀러와 교회 가자고 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놀러 간 기억은 있지만 전도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저는 기억에도 없는데 말입니다. 중학교 시절 단짝이었던 친구는 어머니가 권사님이시고, 부인과 자녀들은 교회 생활에 충실한데 정작 자신은 사업 관계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이 친구는 최근에 부인이 유방암 수술을 받고 기독교 요양원에 머물던 중에 그곳을 방문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오른 걸 경험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만간 교회에 나갈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친구들은 친척 중에 누가 목사니, 장로니 하며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자신은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30여명이 모였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신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만, 저의 출현으로 상당히 신앙에 대한 환기를 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모임 끝까지 있지는 못했지만 정말 순박하고 좋은 친구들임을 느끼며 마음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눈치가 조금 보이더라도 시간이 허락된 대로 좀 더 적극적으로 동기 모임에 참석하려고 합니다. 사귐이란 것, 나눔이란 것이 얼마나 귀하고 값있는 것이란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전혀 나랑 상관이 없는 줄로만 알았던 옛 친구들, 그게 아니었습니다. 삶의 한 자락에서 서로의 이름을 불렀던 친구들은 저의 소중한 과거이자 현재입니다.
작성자
마중물
작성일
2010-07-11 09:5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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