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30430 - "섬세한 사랑"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식사하는 자리에서 자녀에게 예절이나 삶의 지혜 등을 가르치는 것이지요. 자녀들과 따로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일 수도 있는데, 이는 썩 바람직한 교육방법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식사할 때는 편안하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래야 그 음식이 피가 되고 뼈가 되지요. 굳이 밥상머리 교육을 하겠다면 가볍고 기분 좋은 주제가 좋을 듯합니다.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갈릴리 바닷가에서 제자들을 다시 만나셨습니다. 예수님은 물고기와 떡을 숯불에 구워 조반을 손수 준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시고 자기들을 다시 찾아오신 것이 정말 반갑고 기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 제자들의 마음은 부끄럼과 송구함으로 차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악한 자들에게 잡혀 가실 때 자기 목숨 부지하겠다고 그들은 주님을 버리고 도망갔기 때문입니다. 식사하는 동안 제자들은 고개를 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조반 먹은 후”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음식을 먹는 동안 무거운 이야기나 지적하는 말을 피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자들은 자기들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움츠리고 있는데, 제자들이 당신을 배반한 일을 언급하시면 음식이 목에서 넘어가겠습니까? 예수님은 제자들이 되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게 하신 것이지요.

식사를 마쳤지만, 예수님을 향한 제자들의 마음에 미안함과 죄송함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와의 대화를 통해 베드로는 물론 다른 제자들의 마음에 있는 무거운 짐을 벗겨주시기를 원하셨습니다. 그 짐을 짊어진 채로 다시 지우시는 사명을 감당할 수 없을 줄 아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바라보시며 먼저 “요한의 아들 시몬아”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베드로의 원래 이름은 시몬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전에 그를 제자로 부르시면서 그의 이름을 베드로로 바꾸어주셨습니다. 베드로는 반석이라는 뜻입니다. 위험한 순간 예수님을 홀로 두고 도망치기도 했고,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그는 반석이라고 불리기가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베드로는 그런 자신을 누구보다도 더 가슴 아프게 자각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일부러 그의 옛 이름을 부르시면서 ‘내가 너의 마음을 다 안다’는 당신의 마음을 그에게 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부끄러움과 정죄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당신과 함께 시작하자는 부르심이기도 했습니다. 그 섬세한 사랑이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을 다시 일으켰습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3-04-27 16:10
조회
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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