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31001 - "다시 기도의 자리로"

철야기도는 밤을 지새우며 하는 기도입니다. 내가 청년일 때 교회마다 적어도 매월 한 번의 철야기도회가 있었고 기도원마다 개인 혹은 집단으로 철야기도를 하는 이들이 넘쳐났습니다. 내가 다녔던 교회 역시 매월 한 차례의 철야기도회가 금요일 밤부터 시작하여 토요일 새벽까지 있었습니다. 전 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철야기도회가 없는 주간에는 십여 명의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철야기도를 했습니다. 그 모임에 나도 있었는데, 그러니까 우리 청년들은 매 주마다 철야기도를 한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주6일 근무제라 철야기도가 끝난 토요일 아침에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직장이나 학교에 갔습니다.

철야기도만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가고 개인적으로는 저녁마다 뒷산에 올라 기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신학교 기도탑에 있는 기도실은 제집처럼 드나들었고 때마다 금식기도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했습니다. 뒤돌아보니 그때 청년시절에 가장 열심히 가장 많이 기도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 기도의 내용과 질이 어떠했는지의 문제는 있지만, 그 순수한 기도에의 열정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옛적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금은 그만큼 기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고백이기도 합니다. 청년 때 들었던 “기도도 저축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지금까지도 귀에 쟁쟁합니다. 우리가 기도해놓고서 잊어버리고 있던 것도 하나님은 다 기억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내 인생의 상당부분 청년시절에 저축한 기도의 혜택을 받아온 것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기도하고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고 모두 들어주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잠자기 전에 잠자리에 누워서 기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기도하는 나를 이해해주시고 나 또한 마음 편하니 됐다고 슬쩍 넘겼지만, 취침기도가 점점 형식적으로 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새삼스럽게 다시금 무릎 꿇어 기도하는 자세로 돌아갔습니다.

기도에 진실함이 있으면 되지 자세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누워서, 발 뻗고서, 걸으면서도 기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식이 내용을 담습니다. 형식을 갖춘다고 자동적으로 내용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형식 없이 내용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더욱 더 진실하고 간절한 기도의 자리를 사모하며 찾아야 하겠습니다. 느슨해진 기도의 시간과 자세를 추스르고 기도에의 열정을 회복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기도는 기적의 통로입니다. 이 좋은 것을 소홀히 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3-09-26 17:50
조회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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