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31210 - "참 자유인"

세상정욕과 탐심에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중에 돈과 명예에 대한 욕망만 버려도 상당한 자유와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 청소년 사역팀은 인근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 및 그룹 활동을 해왔습니다. 사역자들과 나눈 피드백에서 들은 것입니다. 자기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학생의 90% 이상이 돈 많이 버는 것이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입니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어느 설문에서는 돈을 벌 수 있다면 법을 어겨도 좋다는 대답이 과반을 넘겼다는 말도 들립니다. 돈이 되면 뭐든지 하겠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처럼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이 느슨한 나라는 없다고 합니다. 사기 치다가 걸려 교도소에 가더라도 몇 년 버티고 나면 평생 먹고 살 것이 생긴다는 계산을 한다고 하니 정말 기가 막힙니다.

돈은 분명 유용합니다. 돈이 있어야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좋은 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돈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면 그것이 바로 우상입니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우상숭배가 만연할 때 인간성은 메말라가고 삶은 파멸로 치닫게 됩니다. 돈은 선한 목적을 위하여 적절한 도구로 사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의식을 확고하게 가지지 않는다면 돈은 독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명예로운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명예로운 삶은 명예욕을 가진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명예욕은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고 추하게 만듭니다. 부목사 시절 어느 훈련프로그램에 교계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이가 강사로 왔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그는 자기가 쓴 책을 나눠주었는데, 그 나눠주는 속도가 매우 느렸습니다. 그것은 책의 속표지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 넣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단체의 전 회장이다, 어떤 모임의 현 회장이다 등의 경력과 직책이 열 줄 이상은 되어보였는데 인쇄되지 않은 직책이 몇 개 더 있었나 봅니다. 그것을 펜으로 일일이 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젊은 목사인 저의 눈에는 정말 초라하게 보였습니다.

꽃은 일부러 향기를 내려하지 않습니다. 저절로 향기가 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명예는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는 것입니다. 좋은 일을 해놓고도 그것을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자랑의 도구로 사용할 때 그 일로 인한 영광의 빛은 퇴색되어 버립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구제할 때에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욕망의 굴레를 벗고 참 자유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3-12-07 21:41
조회
216
전체 0

온라인 헌금 계좌 안내
농협 100054-55-001851
(예금주 길가에교회)

*계좌이체시 헌금을 구분해주시고 주민번호 뒷자리를 써 주세요.

(예: 십일조헌금: 십+
     주민번호 뒷자리
     주일헌금: 주+
     주민번호 뒷자리
     감사헌금: 감+
     주민번호 뒷자리
     선교헌금: 선+
     주민번호 뒷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