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1 - "내 속에 들어간 말씀"(마15:1~20)

전통 있는 학교, 전통 있는 가문 등 전통은 보통 좋은 의미로 쓰입니다. 그런데 전통이 진리와 의에 벗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전통은 그 역사가 아무리 깊어도 과감히 깨뜨려야 합니다.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그들의 전통을 율법과 동등하다고 여겼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을 전통 파괴자, 곧 율법 파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율법의 본 정신을 잃고 그 겉모습에 연연하는 그들의 위선을 예수님께서 책망하실 때 그들은 화가 났고 그를 죽일 생각까지 했습니다.

예루살렘 본부에서 보낸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특별히 율법에 해박한 자들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 열어 들으려 하기보다 어떻게든 흠을 잡으려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불순한 의도를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음식 먹을 때 손을 씻지 아니하므로 전통을 범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예수님은 정결예법 자체를 부인하신 것이 아닙니다. 전통이란 이름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는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의 위선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는 "고르반"제도를 예로 드셨습니다. 이 제도는, 자기의 재산을 자기의 명의에서 성전의 명의로 하고 자기는 그것을 다만 관리하는 자가 되겠다는 서약입니다. 곧 그 재산의 소유권을 포기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하나님께 드림으로 신령한 은혜를 누리며 영적 자유함을 얻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왜 네 부모를 봉양하지 않느냐?"고 할 때 "재산을 하나님께 다 드렸기 때문에 부모를 공경할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은, 명의만 바꿨을 뿐 실제로는 다 누리고 있으면서 부모 공경의 계명을 어기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이사야의 예언대로 입술로는 하나님을 공경하되 마음은 하나님에게서 먼 위선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면전에 "외식하는 자들아!"라고 쏘아 붙이셨습니다.

그리고 무리를 향하여,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오는 것이 그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음식이 배로 들어가 배설물이 되어 뒤로 나오는 것을 빗대어, 거룩한 하나님의 계명이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에게 들어가면 왜곡되고 위선적인 것으로 변해 자기들 뿐만 아니라 주변을 더럽게 하는 것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영적으로 맹인임을 알지 못하고 앞가림을 잘 못하는 백성을 인도하겠다고 자처했습니다. 그것은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꼴이어서 둘 다 구덩이에 빠지게 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나님의 흠 없는 말씀이 내 속에 들어가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내 주장과 이론에 하나님의 말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끼워 맞추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결국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폭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말씀 자체가 말하고 해석하며 적용되도록 항상 자신을 비우고 말씀 앞에 겸손히 엎디어야 하겠습니다. 같은 물이라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꿀벌이 마시며 꿀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늘 나의 마음 밭을 선하고 의롭게 일구는 일에 힘써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