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10926 - "일에는 방법이 있다"

충북 진천에 다녀왔습니다. 짧은 시간에 몇 가지 경험을 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논에 들어가 피라고 하는 잡초를 뽑는 일이었습니다. 벼이삭은 추수 때가 가까워올수록 고개를 숙이는데 피는 꼿꼿하게 서있어서 눈에 바로 띄었습니다. 유난히 그 논에 피가 많은 것은, 우렁이 농법으로 친환경재배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일손이 모자라 이것을 일찍 뽑지 못한 까닭도 있었습니다.

장화를 신고 피의 뿌리를 자르기 위해 한 손에는 삽을 들었습니다. 논바닥은 바다의 펄과 같아 발목까지 푹푹 빠졌습니다. 진흙이 장화를 잡기 때문에 움직일 때 넘어질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사건은 다른 데에서 일어났습니다. 마침 논가에 있는 피의 밑동을 두 손으로 잡고 힘을 주는데 뿌리가 깊은지 잘 뽑히지 않았습니다. 잠시 멈췄다가 전신의 힘을 모아 다시 시도를 했습니다. 한 덩이 진흙과 함께 피가 뿌리 채 뽑혔습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그 반동에 의해 저의 몸이 뒤로 한 바퀴 구른 것입니다. 다행히 완만히 경사지고 풀이 난 논두렁이서 멋진 몸 구르기 쇼가 되었습니다. 조금만 옆으로 굴렀으면 2m아래의 다른 논으로 떨어질 뻔했습니다.

다른 체험도 했는데 자연색소인 쪽 염료를 만드는 일에 함께 한 것입니다. “쪽빛 하늘”, “쪽빛 바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 쪽빛은 남색, 곧 짙은 파랑색을 말합니다. 쪽이라는 풀을 보통 20∼25℃ 물에 10시간 정도 담가놓으면 물이 연한 녹색에서 청록색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색소가 풀잎에서 분리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48시간이 지나면 심한 악취가 나면서 쪽 풀에서 색소가 완전히 분리되지만 더 이상의 시간이 경과되면 채도가 낮은 어두운 색으로 변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전신을 가리는 앞뒤치마와 밀짚모자로 단단히 무장을 했습니다. 색소가 빠진 풀을 통에서 건져낼 때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찌꺼기를 다 걸러낸 다음 쪽물에 조개가루를 섞어 큰 나무채로 물을 뒤집어 주는 작업을 네 사람이 돌아가면서 두어 시간 이상을 해야 했는데 이게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 일을 한참 하다 보니 왼손 엄지가락 쪽이 쓰려왔습니다. 고무장갑을 벗어보니 피부가 일부 벗겨져있었습니다.

사소한 것으로부터 중요한 것에 이르기까지, 일에는 그것을 제대로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쟁에는 병법이 있습니다. 적재적소에 이를 잘 이용하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생이라는 싸움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방법을 잘 터득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1-09-25 08:40
조회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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