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10228 - "주 따라가는 길"

20여 년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까지 저희 네 가족이 자동차로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저희 가족 중에서는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저뿐이어서 900km 이상의 거리를 혼자 운전해서 갈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에서 가까운 가볼만한 곳으로 가자는 것이 저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족 중에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반드시 보아야 한다는 사람이 있어서 결국 제가 지고 말았습니다.

날씨도 몹시 덥고 거리도 멀어 처음에는 내키지 않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길을 떠나보니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다양하게 변하는 주변 경관들과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가는 길에 해수욕장을 만나 즐겁게 물놀이를 할 수 있었고 그곳에 있는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한 밤을 묵을 수도 있었습니다. 지도책과 표지판을 보며 길을 따라가다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싸온 도시락을 먹기도 하였습니다. 스페인 서부로 가니까 또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굵은 선인장들이 서 있는 황량한 지역은 매우 이색적이었습니다. 미국 서부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광경이었습니다.

그라나다에 도착하여 한 캠프장에 텐트를 치고 한 밤을 지낸 후 알함브라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그 먼 길을 달려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모든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습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그 먼 길을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오는 길에 비바람이 불었습니다. 중간에 한 밤을 지내려고 하는데 캠핑장에서 텐트를 칠 환경이 못 되었습니다. 비용이 좀 더 들었지만 덕분에 안락한 숙소에서 여장을 풀었습니다. 다음 날 비가 그치고 맑은 날이 되었습니다. 바닷가였는데 얼마나 경치가 아름다운지요? 백사장에서 두 아이들은 뛰어 놀기도 하고 수영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비록 오가는 길이 멀고 구체적으로 계획한 여정은 아니었어도 많이 기억나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길이 되었습니다. 그 길에서 우리는 조금이나마 스페인을 알아가고 닮을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천은 주님을 따라가는 길에 있습니다. 그 길은 주님을 닮아가는 삶의 방식을 말합니다. 이 길에서, 더 큰 믿음을 소유(having)하려기보다 자신이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작은 존재(being)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를 바라보며 의지할 때 그를 닮아갑니다. 주 따라가는 길이 멀고 험하여 처음에는 내키지 않아 다른 곳을 기웃거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그 길에 들어서면 세상이 알 수도 없고 줄 수도 없는 생명과 기쁨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길을 걷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영광의 하나님나라는 더욱 더 왕성하게 꽃피게 될 것입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1-02-25 18:24
조회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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