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10117 - "성경봉독"

예배 중에 성경이 봉독될 때 그 말씀을 듣는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배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정도의 순서로 성경봉독이 가볍게 취급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부활절이나 구국기도회 등 연합집회 때 설교나 대표기도가 아니라 성경봉독 순서를 맡아달라고 하여 기분이 나빴다는 어느 저명한 목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기의 위치가 성경봉독을 할 정도로 낮은 게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는군요. 암암리에 이런 생각이 일반 성도들에게도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래도 그 목사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왠지 성경 본문 말씀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봉독순서를 빨리 지나치고 그 말씀을 풀어 설명하는 설교를 들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썩 옳은 자세가 아닙니다. 비록 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말씀 자체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는 훈련과 그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우리 교회의 예배 시에 성경본문이 비교적 긴 것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이것은 말씀 자체에 대한 경외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의도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말씀을 짧게 봉독하고 그것을 자세하게 해석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은 곧 하나님의 숨결이며 손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말씀 자체에 생명과 능력과 지혜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자체를 흡수할 수 있는 영적소화력을 키워야합니다. 성경 말씀에 대한 자세가 새롭게 되지 않는 한 그 소화력은 결코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봉독”이라 할 때 봉(奉)은 “높이다”, “받들다”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말씀을 받들어 읽겠습니다”라고 한 뒤 성경을 봉독하기도 합니다. 이것 역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 제가 다녔던 한 교회는 주일예배 시 성경봉독을 세 번했습니다. 구약, 신약 그리고 복음서였습니다. 특별히 복음서가 봉독될 때에는 회중들이 모두 일어났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친히 하신 말씀과 그의 행적이 기록된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교회를 생각할 때, 지금도 저의 기억에 제일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이 바로 성경봉독순서입니다. 지금 우리는 성경이 봉독될 때 일어서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귀 기울여 들으며 마음으로부터 그 말씀에 대한 경외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말씀을 강론하거나 풀어서 설교하는 것보다 더 권위가 있는 것이 말씀 그 자체입니다. 받들어 읽는 마음으로 대하며 성경말씀과 더욱 더 친숙해졌으면 합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1-01-17 13:50
조회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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