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10103 - "까치집 난 머리"

새벽에 잠을 깨워 제일 먼저 가는 곳이 세면장입니다. 그곳에 있는 거울을 통해 저의 모습을 봅니다. 제일 먼저 머리모양이 잘 정돈되어 있는가를 살피지요. 간혹 머리카락이 뒤집혀 까치집처럼 되어있어 우스꽝스럽기 때문입니다. 그곳만 물을 발라 수건으로 닦으면 대충 정리가 됩니다. 그리고 간단한 세수를 한 다음 새벽예배를 인도하러 갑니다. 머리를 감고 몸을 제대로 씻는 것은 새벽기도 후 운동을 하고 난 다음에 합니다. 여름에는 집에 돌아와 저녁 시간에 한 번 더 하기도 하지요. 누군가가 이른 새벽 저의 집에 갑자기 찾아와 까치집 난 저의 머리를 보게 된다면 매우 당황할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는 것이야 큰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과 영적 상태가 헝클어져 정리가 안 되어있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예수님께서 약속하신대로 홀연히 이 땅에 다시 오실 때 준비가 안 된 채로 주님을 맞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는 매년 첫째 날 1월1일에 금침수련회를 열어왔습니다. 금침은 금식과 침묵을 줄인 말이지요. 말 그대로 아침과 점심을 금식하며 침묵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고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입니다. 드리는 기도보다 되도록 듣는 기도를 합니다. 새해 첫날부터 금식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먹는 것을 내려놓고 자기를 비움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채우시고자 하는 것을 받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한 해를 하나님의 뜻과 계획안에서 출발하는 것이지요. 올해는 한 곳에 모여 금침수련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물론 한 곳에 모여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못하고, 하나님과 단 둘이 만나는 시간입니다.

새해 벽두에 금침수련을 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 앞에 더욱 정결한 그릇으로 세워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 한 번 한다고 해서 인격과 인생이 확 달라지겠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역사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지을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순수한 마음으로 어쩌면 일 년 중에 가장 귀한 시간을 하나님과 단 둘이서 함께 위해 뚝 떼어드리고, 같은 마음으로 한 해를 꾸려간다면 우리 주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고 귀하게 여기시겠습니까.

아침에 일어나 얼굴을 씻고 머리를 단정히 하므로 하루를 준비하며 시작하듯이, 삶이 늘 거룩하게 준비되어져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주님이 이 땅에 홀연히 다시 임하실 때 영적으로 까치집이 지어진 머리모습으로 주님을 맞이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1-01-02 17:1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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