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01122 - "겸손, 그 먼 길"

자기를 목사라고 소개한 한 사람이 저를 만나고 싶다하여 찾아왔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이십 몇 명의 성도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데 자립하기 어려워 건빵을 팔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구제와 선교를 담당하는 팀이 있어 교회 형편과 위치를 알려주면 잘 살피고 후원한다고 설명을 하자 저의 개인 돈으로 건빵을 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교회 이름 그대로 우리 교회가 길가에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많이 옵니다. 그저 도와달라는 대로 주었다가는 감당을 하지 못합니다. 꼭 도와야 할 곳을 돕기 위해서는 구제와 선교의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계속 밀어붙이기식으로 강매를 하려 했습니다. 자비와 긍휼의 마음조차 없냐는 투의 말로 정죄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태도는 공손하지도 겸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이, 그를 내게 안내하면서 미리 알아 둔 그의 이름을 우리 부목사님들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자 그의 사진과 더불어 그가 구원파 이단의 지류인 박옥수의 추종자임을 알아냈습니다. 부목사님들은 그를 문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이렇게 가면을 쓰고 접근하여 사기 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잘 분별해야 합니다. 이들의 특징은 교만하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매우 공손하다가 대화를 하다보면 본색을 드러냅니다. 이들은 교인들의 선한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을 합니다. 분별력 있게 대하면 그 교만함이 드러납니다.

교만은 이런 자들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어 자칫하면 그 올무에 걸리기 쉽습니다. 기독교 신학은 물론 서양 철학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주후4세기의 성 어거스틴에 얽힌 일화입니다. 그의 제자 중에 레이나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하루는 무슨 일 때문에 그를 찾게 되었습니다. 마침 방 앞에 그의 신발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대답이 없었습니다. 무슨 소리가 들려 방에 사람이 있는 것이 분명하여 두세 번 더 불렀는데도 역시 대답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어거스틴은 슬그머니 화가 났습니다. 그는 방문을 확 열었습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온몸이 얼어붙었습니다. 제자는 간절하게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거스틴은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는 제자에게 자기의 성급함과 교만을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예수님을 본 받아 늘 겸손하려고 애를 썼던 그였지만, 부지중에 그의 마음으로부터 교만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더욱 더 겸손의 도를 배우려고 했습니다. 어거스틴이 기독교의 기본과 핵심이 되는 가르침은 첫째도 겸손이요, 둘째도 겸손이요, 셋째도 겸손이라 한 것은 겸손에로의 그 먼 길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0-11-28 14:57
조회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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