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01004 - "위로의 하나님"

최근에 전주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전화로 몇 번 소식을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대면하여 만난 것은 36년만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는 청년전도사 시절이었습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생 몇 명이 지리산 자락의 마을들에 내려가 전도하는 바람이 일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학기 중에는 주말에, 방학 때는 아예 그곳에 가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각자 흩어져 한 마을을 중심으로 인근 마을을 전도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저는 무속신앙이 강한 마을에 그분은 불교세가 강한 마을을 담당하였는데, 기독교는 양쪽 다 불모지였습니다. 이 두 곳뿐만 아니라 지리산 일대의 복음 전파는 우리나라 남한에서 최고로 미미했습니다.

제가 있었던 곳은 면 전체에 교회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1983년 그곳 군청 통계연감에 따르면, 기독교인 0명으로 나와 있을 정도였습니다. 언젠가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저의 숙소가 있었던 마을은 60여 가구였는데, 무당이 6명이었습니다. 때마다 앞산 중턱에서 상을 차려놓고 굿을 하였습니다. 청년 한 명이 와서 예수를 전한다고 하는데 예수 귀신 물러가라고 굿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기도인지 몸부림인지 영적전쟁을 치루면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주님이 주신 힘으로 사역을 한다고 하지만 혈혈단신에 참으로 힘들고 버거운 싸움을 치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른 아침에 그 전도사님이 찾아오신 것입니다. 그분도 불교신앙이 강한 마을에서 고군분투하다가 작전상 철수한 것이었습니다. 전화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어서 연락도 없이 오셨는데, 얼마나 위로와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동화구연, 찬양인도를 얼마나 잘 하시는지 마을에 있는 15여명의 어린이들이 나무그늘에 모여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말씀에 경청했습니다.

지금은 마을 중앙에 교회가 세워져 있습니다. 무당도, 마을 굿도 사라졌습니다. 어느 무당은 예수님을 영접하고 집사님으로 교회를 섬기다가 하늘나라에 갔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제가 청년 시절 그렇게 전도하려고 했던 마을이장 이발소아저씨 부부는 집사님들이 되어 신실한 교회일꾼이 되어 섬기고 있습니다. 막막하고 거친 광야와 같은 곳에 하나님은 사람을 보내어 위로해주시고, 사람과 마을을 변화시키시어 그 모든 고난을 위로와 은혜로 보상해주셨던 것입니다.

고난의 인생길에서 결코 낙심하지 말 것은, 한 시도 당신을 떠나지 않으시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합력하여 가장 아름다운 일을 이루며 위로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0-10-01 13:49
조회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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