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00823 - "도둑같이 온다"

줄기차게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2013년 49일 동안 내린 비가 최고였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이를 훌쩍 넘어 50일 이상을 퍼부었습니다. 이번의 비와 태풍으로 인해 재산상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사망자와 실종자 수가 50명을 육박했습니다. 기상을 예측하기는 했으나 이렇게까지 심각한 게 올지는 몰랐습니다. 이대로 가다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될 것입니다. 여러 조짐과 경고를 계속적으로 무시한다면 더욱 더 가공할만한 재앙은 도둑같이 우리를 덮칠 것입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 역시 우리 인간의 탐욕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습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된다 해도 안심할 수 없다고 합니다. 더 무서운 게 얼마든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남은 평생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사실이 도둑같이 우리에게 왔습니다. 불과 반 년 전만 하더라도 어디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죄를 지은 사람의 마음에는 평강이 없습니다. 늘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 불안감은 영혼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갉아먹습니다. 성령 안에서 주님의 보혈로 죄를 용서받은 사람은 참 자유와 평강을 누립니다. 죄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심판의 날이 도둑같이 갑자기 와도 두렵지 않습니다.

군대에서 행정병으로 복무했습니다. 부대훈련계획서를 매월 사단 본부에 제출했는데, 그것을 제가 작성하고 작전장교가 검토한 후 그 문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간혹 바쁠 때는 제가 훈련계획서를 만들어 작전장교 서명을 그럴 듯하게 모방하여 대신 한 다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을 우리는 “가라(거짓)싸인”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제출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되어왔고 저의 고참으로부터 전수된 것이기도 하여 그 문화에 젖어 들어가고 있었지만, 사실 그때마다 마음이 떳떳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된통 걸렸습니다. 사단 참모장교가 거짓으로 서명한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사실 그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터인데, 제게 교훈을 주고자 한 것입니다. 그도 기독교인으로서 제가 신학대학교 다니다가 온 사람인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 번 날 잡아 따끔하게 충고하리라 마음먹었을 것입니다.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 일 이후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작전장교의 서명을 직접 받아 훈련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제출할 때 떳떳하지 못하거나 불안한 마음도 사라졌습니다. “그날”은 도둑같이 옵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0-08-21 12:49
조회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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