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30326 - "오래 가는 향기"

그동안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예수님을 많이 닮은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하던 중에 떠오르는 분이 계십니다. 청년 시절 다녔던 교회의 사찰집사님이십니다. 그분의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왜소한 체구에 인자하신 모습은 지금도 내 눈에 선합니다. 길가에 있는 교회라 별별 사람들이 다 왔습니다. 우리 청년들도 기도회다 무슨 모임이다 하며 교회를 제집 드나들 듯이 하였습니다. 매주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까지는 철야기도회를 하는 청년들이 교회를 점령하여 안전과 관리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드나들면 자연히 청소할 거리나 손 볼 데가 생기는 법입니다. 다른 교회에 교육전도사로 나가기 전까지 나의 20대를 그 교회에서 보냈는데, 한 번도 그 사찰집사님이 화를 내거나 큰 소리를 낸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집사님은 묵묵히 당신의 일을 감당하셨습니다. 늘 섬김의 종의 모습이셨습니다. 그런 그의 겉모습만 보고 어떤 이들은 그를 업신여기고 함부로 대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교인들 중에도 그런 자들이 간혹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님은 자녀가 결혼하고 독립한 후 당신이 은퇴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셨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습니다.

몇 주 전에 마스크를 쓰는 것을 깜빡하고 버스를 타려하는데 운전수가 “마스크를 쓰세욧!”하고 쏘아붙였습니다. “죄송합니다”하며 안주머니에 있는 마스크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버스를 타자마자 쓰려고 했는데, 운전수의 날카로운 명령이 또 떨어졌습니다.

“쓰고 타세욧!”

어떻든 내가 잘못한 것이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승객을 상대하다보니 그런 말투가 나오겠구나 하며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몇 정거장을 지나오면서 그 운전수는 자리에 앉은 한 아주머니에게도 명령조의 말을 쏘아붙였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고운 말은 아니었습니다. 비록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한다 해도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같은 말이라도 곱게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그는 권력자였습니다. 이와 같은 맛에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를 탐하는지도 모릅니다.

꼭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조그마한 힘이 있는 자리에 있으면 남을 섬기려하기보다 그것을 휘두르려고 하는 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오래가는 훈훈함과 향기는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언제나 겸손히 섬기는 자로부터 나옵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3-03-23 19:20
조회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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