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 이인호목사 칼럼

20220807 - "좁은 문 좁은 길"

신학대학교 학부 2학년 때인가 군목시험이 있었습니다. 군목시험에 합격하면 신학대학원 졸업 후 바로 목사 안수를 받고 입대하여 소정의 훈련 과정을 거친 뒤에 중위 계급장을 달 수 있었습니다. 군대 제대하고 복학한 형이 있었는데, 그는 나와 기도의 동지였습니다. 나를 많이 챙겨주고 아껴주었습니다. 그 형은 사병으로 군 복무를 하였는데, 사병으로 군대 생활하는 것이 사회 밑바닥생활과 같이 거칠고 고생스럽다고 하면서, 군목시험을 권유했습니다. 그때 나는 바로 그 사회 밑바닥생활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야 이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군 입대하자마자 나는 그 말을 후회했습니다.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에 사복을 입은 채로 수용연대라는 곳에서 대기했는데, 머문 그 며칠이 몇 년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40년 전만해도 우리나라의 군대생활은 험했습니다. 우리 소대의 국자며 식기가 없어지기 일쑤였습니다. 하루도 얼차려를 받지 않고 지나간 적이 없었습니다. 훈련소에 입소하여 분대장이 되었는데 내 자리는 복도 옆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의 물통, 장갑 등이 없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소대 훈련병들이 훔쳐간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면 정말 난감했습니다. 내무반장은 다행히 성품이 좋았습니다. 싫은 소리를 하긴 했지만 혼내지 않고 슬그머니 그 없어진 것을 채워주었습니다.

고생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훈련소 교회에서 훈련병으로 급조된 찬양대 지휘를 하며 예배당을 가득 메운 동료훈련병들과 함께 눈물로 찬양할 때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이후 사병으로 군 생활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거칠고 좁은 그 길을 일부러 선택하려 했다는 마음만큼은 지금도 대견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군목을 선택하는 것이 넓은 길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어떤 이에게는 군목으로 복무하는 것이 좁은 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 앞에 좁은 문과 넓은 문이 있습니다. 넓은 문으로 들어오라고 세상은 손짓을 합니다. 그곳에 부와 명예와 성공이 있다고 외칩니다. 그러나 그 문으로 이어진 넓은 길은 결국 당신을 멸망에 이르게 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 문에 이어진 좁은 길은 험하고 협착하여 걷기가 매우 힘이 들 수도 있습니다. 별로 알아주지도 않고 바보라고 비방하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길이 생명에 이르게 하고, 결국 천국의 기쁨을 누리게 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좁은 문 좁은 길, 이것이 당신의 선택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작성자
이인호
작성일
2022-08-04 17:17
조회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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